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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05 [2] - 김동현 감독
문석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5-12-08

개막작 <상어>의 김동현 감독

희망을 연주하는 앙상블 드라마

우연히 흰 상어를 잡은 어부 영철은 친구 준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뜨거운 여름날 대구로 향하지만, 큰 판돈을 걸고 한창 노름을 벌이고 있는 준구는 도통 나타나지 않는다. 도시를 방황하던 영철은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자기 집이 어딘지 몰라 헤매는 유수를 만나게 되고, 영철 가방 속에 든 상어가 자신의 아기라고 착각하는 미친 여자 은숙의 추격을 당한다. 서울독립영화제 2005의 개막작인 디지털 장편영화 <상어>는, 이를테면 앙상블 영화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영화 안에서 뒤얽히는 존재는 이들 네명 외에도 수상한 다방 여종업원 홍양과 노름판의 아저씨 등이 있다. 세상의 주변부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어>는 영철의 가방 안에서 썩어가는 상어의 악취와 함께 이들의 내밀한 욕망과 갑갑한 소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상어>가 비루한 삶의 풍경을 잔인하게 드러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서로에게 낯선 존재인 이들은 관계를 통해 세상이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상처 치유와 함께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회귀다”라는 김동현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목적지 없는 낯선 대도시에서 사흘 동안의 여정을 끝내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상어>는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희망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김동현 감독의 단편 <배고픈 하루>의 시선 또한 비슷하다. 어린 딸과 함께 며칠 동안 굶은 극빈의 사내가 세상의 냉대 속에서 도둑질을 하려 하지만, 한 할머니가 준 물 한잔에 포기하고 만다는 내용의 이 영화도 좁은 틈을 통해 새어나오는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김동현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서로의 행동이 세상의 선이 되는 세상, 그게 나의 개인적인 이상향이다”라고 말한다.

영화가 드러내는 공력이나 희끗한 머리칼, 마흔살이라는 나이 등으로 미뤄볼 때 <상어>가 김동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은 뜻밖이다. 사실, 그의 영화 경력은 작품 수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네키드였던 그는 오래전부터 감독이 되기를 꿈꿔왔지만,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한 채 군대에 들어갔다. 그를 감독의 길로 이끈 것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다. 1990년에 제대를 한 그는 이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허리우드극장으로 갔다. “개봉날 첫회를 봤는데,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오다가 ‘왜?’라는 의문이 들어 다시 극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회까지 거듭 봤다.” 이 영화가 개봉한 한달 동안 그는 수시로 극장을 찾았고, 결국 마지막 상영일 마지막 회를 본 직후 밤기차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당시 대구 효성여대(지금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대 교수였던 배용균 감독을 만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운 좋게 배용균 감독을 만난 그는 “감독님에게서 영화를 배우고 싶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로부터 2년 뒤 배용균 감독으로부터 대구로 내려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92년 여름,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의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배 감독님은 애초 1년 정도 걸릴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결국 후반작업에 들어간 건 95년이었다.” 그 3년 동안 그는 배용균 감독을 보좌하며 조감독으로서 열정을 다했다. 그 또한 배용균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스탭이 가장 많았을 때가 5명 정도였고, 적을 때 두어명이 찍었다. 혼자서 조명기를 세팅하고 배우를 리허설하고 촬영을 준비하기도 했다.”

<상어>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을 마치고 난 뒤 김동현 감독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97년 처음 만든 단편 <섬으로부터>는 그에게 “충격이었다. 너무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영화를 반성하던 그는 이후 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해왔다. 2000년에는 <나비>로 영진위 극영화개발비 지원을 받아 영화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배고픈 하루>는 2003년에 작업했던 장편 시나리오 <푸른 태양 아래서>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이 장편에서 캐릭터 한명만을 떼어내 단편 시나리오로 만들어 <배고픈 하루>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작품은 그해 영진위 독립영화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결국 이 영화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김동현 감독의 내공은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2004년 경북 영상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과 2005년 영진위 독립디지털장편영화제작지원을 받은 <상어>는 김동현 감독의 응축된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겠다고 말로 하기는 힘들다. 그저 계속 영화로 보여주겠다”는 그는 그동안 써놓은 10여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우리의 허름한 삶을 감싸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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