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페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독재자와 나 사이에>가 스페인 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류감독 산드라 루에스카가 연출한 <독재자와 나 사이에>는 40년간 스페인을 통치한 파시스트 독재자 프랑코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 감독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프랑코의 무덤을 방문했던 기억을 돌아보며 “침묵에 의해 물려받은 왜곡된 역사”를 폭로하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역사의식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의 1/3은 프랑코가 민주정부를 파괴시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은 양민 학살에 가담한 프랑코 지지자들에 대한 기소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런 가운데 역사를 돌리려는 우파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키워가고 있다. <독재자와 나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스페인 사회의 역사의식을 꼬집는다. 프랑코 시절 장관을 지낸 프라가는 “죽은 자들을 평화롭게 내버려두라. 역사란 존중받기 위한 것이지 다시 까발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감독의 엄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외 대다수의 출연자들이 파시스트 정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부정한다. 독재자의 과거에 대한 집단적 기억상실증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What's Up] 나쁜 기억은 잊는 게 장땡?
글
김도훈
2005-12-02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다룬 다큐 <독재자와 나 사이에> 개봉, 사회적 파장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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