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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연쇄살인의 전모, <6월의 일기>
김수경 2005-11-29

<살인의 추억>에서 비오는 날이면 소녀와 여인들은 벌거벗긴 채 죽어간다. <6월의 일기>는 그 연쇄살인범의 제물로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을 택한 점이 다르다. 두 영화는 공히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유쾌한 버디무비처럼 시작하는 <6월의 일기>는 연쇄살인의 전모가 윤곽을 드러내며 피로 물든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운명보다 훨씬 잔인한 심리적인 배경이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에게 던져진다. 죽은 자의 몸에서 나온 일기장의 파편이 예고살인의 증거이자 사건의 단서로 작용하는 설정은 마치 억울한 원혼이 죽은 자의 몸에 증거를 남기는 심령호러물의 문법을 연상시킨다.

모범생인 인우가 살해당하고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강태는 자살한다. 수사에 나선 자영(신은경)과 동욱(문정혁)은 강태의 몸에서 살인을 예고한 일기장 조각을 발견하고 인우의 몸속에서도 같은 것을 찾아낸다. 학교를 찾아가 필적 대조에 나서는 자영과 동욱. 천신만고 끝에 필적을 찾아내지만 그 주인공인 진모는 이미 한달 전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를 다니는 조카 준하(맹세창)와 단둘이 사는 자영은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친구 윤희(김윤진)와 마주친다.

<6월의 일기> 철저히 장르적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퍼즐 같은 이야기 구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정서적인 힘으로 치환된다. 동료 자영과 동욱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유머를 강조하는 에피소드와 대사들은 단편적으로는 재밌지만 작위적인 인상이 강하다. 오히려 정통 스릴러의 방식대로 밀어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담백하게 사건들을 정리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는 달리 경찰서, 학교, 주인공들의 집 어느 공간에서도 생활의 냄새가 드러나지 않는 세트도 감정의 몰입을 방해한다. 안정적인 두 여배우의 연기에 비해 문정혁이 농담을 할 때 보여주는 과장된 목소리 톤과 불필요한 손동작은 앞으로 다듬어져야 할 부분일 것이다. 실제 사회에서는 영아들이 보모와 관련된 사람에게 맞아죽고 개에게 물려죽는 어이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6월의 일기>를 보노라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편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친구에게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하는 잔혹한 세상을 살아간다. 그걸 더 진지하게 보여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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