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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내수와 수출용은 구분해야지, <레전드 오브 조로>

투덜군, <레전드 오브 조로>의 미 국정홍보처 공익광고스러움에 기막혀하다

작금, 아가형 기생충을 함유한 중국산 김치의 제조원이, 당황스럽게도 중국에 공장을 차린 한국 사람들이었더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식품 원산지 표시뿐만 아니라 식품 생산자의 성분표시 또한 중요하단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김치뿐이랴.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화 생산물에도, 그와 같은 성분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레전드 오브 조로>의 흥행 저조와 함께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뭔 소리냐. 한번 보자.

그 기본 사양만 살펴보더라도, <레전드 오브 조로>는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일단 안토니오 반데라스 섹시하고, 캐서린 제타 존스 아리땁다. 가만히 있어도 멋진 얘들이, 심지어는 무공과 예절 또한 겸비했음과 동시에, 각자 최소한 2개 국어 정도는 유려히 구사해준다. 물론 유머 또한 충분히 세련됐다. 심지어는 조로가 타고 다니는 말까지도 이 유머대열에 합세하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 없겠다. 게다가 얘들은 각자의 본분인 마상검술철도질주육탄격투 액션 또한 다종다양한 버전으로 질릴 때까지 보여준다.

게다가 1편의 성공을 안이하게 복습함 또한 없이, ‘조로 커플’이 아닌 ‘조로 가족’이라는 나름대로 참신한 설정도 도입하고 있다. 물론 이는 <트루 라이즈>부터 <인크레더블>까지 심심치 않게 보아온 것들이나, 그래도 조로 부부를 이혼부터 시켜놓고 들어가는 등의 설정은 나름대로 과감했다 할 것이다 등등등…. <레전드 오브 조로>가 재미있어 마땅한 이유들은 도처에 산재했던 것이다.

근데, 다들 예상하셨듯, 결정적인 문제 하나가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조로가 검을 뽑는 이유다. 조로 가족 전원을 위시한, 각급 착한 편들이 일제히 목숨 내놓고 달려들어 그리도 박터지게 싸운 건, 다름이 아니오라 ① 압제로 인해 도탄에 빠진 멕시코인들을 자유 아메리카의 품 안에 안기게 함과 동시에 ②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위대한 아메리카국을 수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거의 유에스에이 국정홍보처 제공 공익 광고를 방불케 하는 이 스토리를, 미 문화원쪽의 기금 지원 한 푼 없는 내 돈 7천원을 통으로 다 내고 봐야만 하는 엄혹한 현실… 그 앞에서, 그 뉘라 단말마의 신음 ‘Zotto…’ 한마디 흘리지 않을 수 있을쏜가.

해서, 이런 영화는 웬만하면 해외수출하지 말고 그냥 유에스에이 내수용으로 돌려,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즐겁게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 해외수출을 해야 했다면, ‘당 영화는 강력한 유에스에이 만세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등의 성분 표시부터 확실히 하던가 말이다.

기생충엔 구충제라도 있다지만, 이따위 영화를 보고 남은 Zott 같은 기분엔 도대체 약도 없다는 ‘Zotto의 전설’…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전설을 체득해온 한국 관객에게 유에스에이 무비가 심어온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은 오직 하나다.

‘정직하고 확실한 성분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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