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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꽃 같은 아이들 * 같은 세상
김소희(시민) 2005-11-25

정말 세상이 *(삑~) 같다. 열흘도 안 되는 동안 보모 부부에게 맞아 죽은 아이, 친아버지에게 맞다 쓰러져 뇌진탕으로 죽은 아이, 기르던 개에게 물어뜯겨 죽은 아이에 이어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아이의 소식까지 줄줄이 전해진다.

심야 영업 노래방 매니저로 일하는 한부모 엄마랑 살다 돌봐주던 보모가 그만두는 바람에 (엄마가 보육료도 특별히 안 아끼고 나름대로 고른) 24시간 가정보육시설에 맡겨졌던 3살 여자아이는 보모 남편의 구타에 따른 피하 출혈 과다로 쇼크사했다. 소변을 잘 못 가리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네가 떨어뜨렸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서 때렸다고 한다. 그 다음날에는 4살 여자아이가 술 취한 친아버지에게 얼굴을 두들겨 맞으며 욕실 바닥에 넘어졌다가 영영 못 일어났다. 아동폭력은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훨씬 많이 일어난다.

그 이틀 뒤에는 외조부모와 살던 9살 남자아이가 조부모가 다른 지역에 농사 일하러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혼자 밥 먹고 학교 다니고 개밥 주며 지내다 철창을 뚫고 나온 도사견에게 물려 즉사했다. 사실상 방치된 아이를 유일하게 챙겨주던 학교 선생님이 등교하지 않은 아이를 찾으러 와 그나마 피칠갑인 상태로 발견됐다. 아이는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 그리고 엿새 뒤에는 15살 소년이 생활고를 비관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혼 뒤 재가한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누나랑 살던 소년은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급식비도 제대로 못 낼 형편이라 예고 진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식당일 하는 엄마의 벌이는 자기 몫까지 누나에게 써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정부는 아이들은 가능한 한 부모랑 지내는 게 좋으니 24시간 보육시설을 점차 축소하고 시간연장형 보육시설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책상에 앉아 펜대 굴리며 이리저리 (돈 나눌) 금 그으면서 만드는 정책 따윈 필요없다. 우린 어쩌자고 이런 세상에 아이들을 내보낸 것일까. 낳아놓은 아이도 살리지 못하면서 더 낳아 무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