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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제49회 맞은 런던영화제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

런던, 영화제의 도시와 영화로서의 도시

지난 10월18일부터 11월3일까지 런던 전역에서 제49회 런던영화제가 열렸음에도, 이번 통신원리포트는 연례 의무방어전인 런던영화제를 피해가려 한다. 물론, 올해의 ‘런던’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지난 7월7일 연쇄테러를 통해 하룻밤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이전의 정치·지리적 위상과는 전혀 다른 좌표값을 갖게 되었지만, 런던과 영화와 페스티벌이라는 함수 속으로 들어가면 그 좌표값은 여전히 고정 상수이거나 끽해야 종속 변수에 불과할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런던은 너무나 메트로폴리스이다. 런던의 색은 경쟁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여타 도시들의 영화제가 풍기는 ‘향토색’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 런던은 영화를 자신의 색깔로 재배치하기에는 지극히 바쁘고 다면적이면서도 퍽이나 보편적이다. ‘영화제로 팔릴 만한’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다.

마이크 리의 <네이키드>

영화제 기간에 맞춰 발간된 주간지 <타임 아웃>(10월19∼26일, 1835호)은 ‘런던 영화 특집’을 다루면서 바로 이 지점, 런던이라는 도시와 영화가 만나는 접점을 되짚어보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들은 런던이 실제로는 ‘얼마나 암울하고 위험하고 죽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기준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곧 영화제라는 거대 기획에 가려져 있던 런던의 ‘향토색’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위 기준이 ‘영국’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점과 ‘영화 속에 담긴 런던’이 아니라 ‘런던이 어떻게 자신의 영화를 가능케 하는가’라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켄 로치는 런던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고, 히치콕의 스릴러는 런던의 암울함과 만날 때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으며, 관광용 영화 <노팅힐>은 독자 투표에서나 간신히 언급될 수 있었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메리 포핀스>나 <마이 페어 레이디>의 ‘런던다운’ 런던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가공된 신기루이기에 아예 자격 미달이다.

이러한 입지점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마이크 리의 <네이키드>였으며, 이미 출발할 때부터 마련된 최종 도달점이다. 결국 이 기획은 <네이키드>로부터 영화들을 가려내고 솎아내고 배제하고, 이들을 마이크 리라는 정상지점에서부터 역으로 순위 배치를 해내면서, 카운트다운을 통해 다시금 마이크 리의 <네이키드>로 돌아오는 식으로 원을 그리는 운동이다. 그리고 마이크 리의 작품들은 런던영화제가 끝나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리면서 11월4일부터 30일까지 NFT에서 특별 상영된다. 두 행사의 주관기관인 BFI는 보색대비를 통해 영화제로서의 런던과 영화로서의 런던을 재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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