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는 소독차 뒤를 뒤쫓는 아이들과 같이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다.
<친구>의 무대 가운데 하나였던 대변항 방파제. 동수(장동건)가 준석(유오성) 조직의 보스를 밀고한 뒤 찾아온 곳이다. 거기서 동수는 조오련과 바다거북 가운데 누가 더 빠르냐며 내기를 했던 옛 추억을 씁쓸하게 떠올린다. 시간의 흐름이 친구였던 동수와 준석을 갈라놓았듯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없는 삶의 일면을 담은 장면이다. 그곳, 대변항을 촬영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부산에 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답한다. 친구들이 살았던 인생이 변하듯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바닷물의 색깔은 빛의 조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지 않으냐며. 이렇듯 오래된 일기장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유난히 많은 이 영화에서 아직도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던 부산이라는 도시는 장동건이나 유오성보다도 관객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감독과 함께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삼일극장, 국제호텔 나이트클럽 앞 거리 등 <친구> 속의 주요 촬영지를 되돌아보는 DVD 부록은 그래서 웬만한 메이킹 다큐나 인터뷰 이상으로 보는 이의 가슴속에 남는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곳이기에 감독의 설명은 무척 친근하고, 영화 속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비교라든가 실제 장면과의 상세한 대조 등 충실도도 높다. 외국영화 타이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출시 당시인 2001년에는 한국영화 타이틀 가운데 이처럼 DVD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국내 DVD 역사에서도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 부록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촬영지는 곽경택 감독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실제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