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이라고 했던가. 창립 이래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11월1일,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4500명 직원 중 6%에 해당하는 직원 260여명을 해고했다. 겉으로 보기에 워너브러더스의 올해 성적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ER> <O.C> <프렌즈> 같은 TV시리즈가 연이어 히트를 친데다 DVD 판매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워너는 21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여름 흥행을 기록한 <배트맨 비긴즈>로,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도 다시 시작했다. 지난 8년 중 6년간 워너는 DVD와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기록적 흥행을 이어가며 이미 37억달러를 벌어들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워너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근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작업을 해온 배우 조지 클루니는 이번 일에 대해 “워너가 최고의 해를 보내고서도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면, 할리우드의 다른 스튜디오들은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다른 스튜디오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스튜디오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재해 있다. 영화팬들은 극장을 점점 멀리하고 있고, 불법 다운로드와 해적판의 위협은 날로 커져가며, 휴대폰과 비디오 게임기, 그리고 비디오 아이팟과 같은 다른 휴대장치를 이용한 콘텐츠 판매에는 이제 겨우 눈을 뜬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은 계속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TV와 영화산업을 이끌어온 워너에서 인력 감축이라는 대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워너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앨런 혼은 “성장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는 실로 위협적이다. 잠시 멈추어 업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워너 관계자는 더이상의 인력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사쪽이 다양한 비용 절감 방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스튜디오들에 칼바람이 부는 일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