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꼴통을 자처하는 한 정치인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비록 친미적이나, 중국에 견주면 미국이 ‘레스 이블’(덜 사악)하다고 본다. 미국은 시민사회의 통제 장치라도 있지만 중화주의와 공산독재가 결합된 중국은 쪽수와 힘으로 막갈 위험이 있다.” 미국에 당하는 것은 익숙해서 참을 만하다는 걸까. 그 말을 들은 뒤로 미국은 계속 싫었지만 중국은 자꾸 무서워졌다. 고구려 역사 왜곡이나 백두산을 자기네 3대 영산으로 발표하는 꼴을 보고서는 그런 심증을 더 굳혔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난 지 열흘 만에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그럴 리가 없다며 국내산 400여개 김치제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김치뿐만 아니라 배추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 재배과정에서 오염된 듯한 개와 고양이 회충 알까지 나왔다니, 점입가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집에서 담가 먹는 김치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문제를 공개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중국의 발표는 계속 찜찜하다. 중국이 거론한 제품의 해당 업체는 올해 수출실적이 없다고 했다. 또 양반김치는 ‘사대부’로, 종가집김치는 ‘중가길’로 표기돼 있어 ‘짝퉁’이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어쨌든 중국이 식품 위생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악의성 짙은 발표를 먼저 접하니 당황스럽다. 그 바람에 한국이나 중국이나 아시아 시장에서 스타일 구겼는데, 당분간 김치 종주국 인민답게 중국 사람 몫까지 많이 먹는 수밖에 없겠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한국이 먼저 터뜨리고 보자는 식으로 굴었다고 나무랄 게 아니다. 감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회사 동료 ‘길사마’는 “양국이 서로 똥칠할 게 아니라, 끓이거나 튀기거나 삶거나 볶는 새로운 김치 메뉴를 개발하는 ‘선의의 경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여파를 줄이는 데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