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갔다. 영화감독 오병철이 지난 10월30일 오전 10시30분경 식도암으로 별세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아카데미 1기를 수료한 그는 <숲속의 방>(1992)으로 데뷔했고, 전(前) 부인인 소설가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를 감독하며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오병철은 운동권 여성의 삶을 그린 <숲속의 방>과 세 여성의 인생을 그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여성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그려내며 90년대 영화계에 페미니즘을 화두로 제시했다.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 극영화 개발비 지원작 <써니 스토리>를 준비하던 그는, 디지털 단편 프로젝트 <異共>(2004)에 <순수>로 참여했고, 최근에는 데뷔작 <숲속의 방>을 제작한 유인택 대표와 새로운 작품을 논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우인 이현승 감독은 “담배를 너무 좋아했던, 감정을 겉으로 발산하지 않는 차분한 사람이었다. 식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힘들게 마지막을 준비했던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제안은 아니었지만 유인택 대표와 새로운 작업을 해보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고인의 마지막을 회고했다. 발인은 11월1일 오전 7시 경남 진해 연세병원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