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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국영화 기상도 [7] - 휴먼드라마
2005-11-02

은막 위의 인간극장이 펼쳐집니다

<말아톤>의 성공 이후, 상처받고 비루한 삶의 작은 승리를 축복하는 이야기들이 탄력을 받고 있다. 독서실로 숨어든 싸움의 고수와 맞고다니는 소년의 우정을 담은 <싸움의 기술>(감독 신한솔·출연 백윤식, 재희)은 최근 촬영일정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돌입했다.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뒤 남과 북의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을 그리는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출연 차승원)과 희망없이 살던 남자가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게 소원인 소녀를 만나며 삶을 깨우쳐가는 이야기 <눈부신 날에>(감독 박광수·출연 박신양)는 가을바람 속에서 촬영을 진행 중이다.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강아지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사랑을 그리는 <내 사랑, 마음이>(감독 박은형),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버지와 여자아이 마리, 그리고 주인공 남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아버지와 마리와 나>(감독 이무영), 감옥에서 출소한 뒤 범죄세계의 유혹을 물리치려는 남자의 삶을 담은 <해바라기>(감독 강석범)는 착실히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천재를 발굴하려고 애쓰는 피아노 학원 선생의 고군분투기. 한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이지수(엄정화)는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시골에서 피자가게 주인의 치근덕거림에 시달리고, 잔고 없는 통장을 걱정하는 처지다. 하지만 근사한 피아노 앞에 앉아 청중을 홀리는 황금의 선율을 선보이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리지는 못한다. 어떻게든 이 꼬질꼬질한 동네를 벗어나겠다고 맘먹는 이지수에게 어느 날 절대음감을 가진 자폐소년 윤경민(신의재)이 나타나고, 천재 피아니스트의 탄생을 예감한 그녀는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 소년을 위해 열성 교습을 실시한다. 호로비츠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오랫동안 광고 감독으로 일하다 인터넷영화 <MOB 2025>를 연출했던 권형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용한 세상>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의 사진작가다.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뭔가 비밀을 품은 듯한 소녀와 함께 살게 된다. 그즈음, 어린 소녀들의 실종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는 소녀와 살고 있는 사진작가를 수상히 여기며 추적한다. 사진작가는 소녀의 마음을 꿰뚫어보면서 그 안에 똬리 틀고 있는 상처를 발견하게 되며, 범죄의 표적이 소녀에게 맞춰져 있음 또한 알게 된다. 언뜻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사진작가와 소녀의 소통에 맞춰진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은 서서히 소통을 하면서 마음을 열고 상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일단 뛰어>를 만들었던 조의석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내년 상반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봉씨(신현준)는 달린다. 아프리카의 얼룩말처럼 달리고 싶었던 <말아톤>의 초원이처럼. 하지만 기봉씨의 어머니(김수미)는 초원의 어머니처럼 그를 자상하게 챙겨줄 수가 없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오히려 기봉씨가 챙겨드려야 하는 대상이다. 사실, 기봉씨가 달리는 이유는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동냥밥을 따뜻한 채로 대접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기봉씨는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달리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기에, 맨발로 다랭이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달린다. 기봉씨를 통해 마을을 홍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장은 그를 마라톤대회에 출전시키려 한다. KBS <인간극장>의 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리얼리티에 있다. 신현준의 장애우 연기도 관심을 모은다.

인마일체의 드라마

<각설탕>의 이환경 감독 인터뷰

-<각설탕>은 어떤 영화인가.

=기수가 되고 싶은 소녀 시은과 경주마 천둥이의 교감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시은과 천둥이는 유년 시절 함께 지내다 헤어지게 되는데 나중에 다시 기수와 경주마로 만나 경마대회에 나서게 된다.

-소재와 설정은 어떻게 얻었나.

=5년전에 경마장에 갔다가 인마일체(人馬一體)의 스펙터클에 빠져들었다. 그러고나서 경마장을 배경으로 시나리오 한편을 썼는데, 동물이 나오는 영화라고 다들 저어하더라. 그러다 2년 전에 이정학 프로듀서를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 PD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였다.

-30% 정도 찍었다. 시은 역을 맡은 임수정과의 작업은 수월한가.

=극중 시은은 엄마 없이 자란 목장 주인의 딸인데, 수정이는 너무 망가지려고 해서 가끔 다툼이 있다. (웃음) 예쁘게 보여지는 걸 싫어하는 독특한 여배우다. 본인은 리얼하게 연기하고 싶어하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장면별로 높낮이를 계산해야 하다 보니, 망가지려는 걸 말릴 때가 좀 있다.

-임수정과 말이 투톱을 이루는 영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

=농담 아니다. 크레딧에도 오른다. 스탭들은 천둥이가 남우주연상 후보라고까지 말한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점찍어둔 녀석이다. 액션, 하면 다른 데로 도망가서 속을 좀 썩이기는 하지만.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에서 못해봤던 것을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첫 작품이다 보니 배우의 기존 이미지에 캐릭터를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그런 부담이 없다. 배우들하고 함께 새로운 것을 같이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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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씨네21> 취재팀·사진 <씨네21> 사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