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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과 내러티브, 양극단의 매력, 폴 드리센·존 웰던 상영전

서울 중앙시네마서 10월31일부터

노먼 맥라렌, 자크 드루앵, 브제티슬라브 포야르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작품을 상영해온 ‘애니광 구출! 상영작전’. 중앙시네마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그리고 (주)라바메이저가 함께 주최하는 ‘애니광 구출! 상영작전’이 오는 10월31일부터 12월1일까지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열린다. 2005년의 마지막 작가전이 될 이번 상영전에는 팝아트적인 분위기를 물씬 뿜어내는 폴 드리센과 철두철미한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존 웰던의 작품을 상영한다.

폴 드리센의 <2D or not 2D>

국내의 애니메이션 상영전을 통해 이미 몇번 소개된 바 있는 폴 드리센의 작품들. 하얀 스크린 위에서 움직이는 선과 면의 기묘한 움직임과 독특한 색감은 딱히 비유할 만한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폴 드리센적’이다. 폴 드리센적이라…, 비틀스의 장편 뮤직비디오(?) <옐로우 서브마린>(1968)을 본 사람들이라면 다시금 기억을 떠올려보라. 작품에 등장했던 현란한 색감 그리고 화면을 이루는 선과 면들이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움직인다고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그나마 ‘폴 드리센적’이라는 말을 풀어내는 적당한 설명이 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1940년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폴 드리센은 <옐로우 서브마린>에 애니메이터로 참가했다.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를 전공한 뒤, 광고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그는 영국 출신의 감독 조지 더닝의 눈에 띄어 <옐로우 서브마린>에 참가한다. 이 작업 이후 그는 캐나다로 이민, 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NFB) 소속 작가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말 그대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충실하다. 그의 작품 <낡은 상자>(An Old Box, 1975)에서 보여준 이미지의 변형과 움직임, 특히 상자의 변형은 많은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에서 종종 발견된다. 스크린 위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심플한 선과 면의 대칭, 분할, 움직임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지만, 시종일관 화면 내에서 끝없이 움직여 대는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작품의 약한 내러티브를 더욱 약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현란한 움직임으로 가득한 그의 초·중반 작품들과 달리 오히려 그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선보인 사랑이야기 <2D or not 2D>(2003)가 훨씬 인상적이다. 2차원의 세계에 갇힌 남자주인공 부르노와 3차원의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프리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폴 드리센 스타일’의 종합판이라 할 정도로 움직임과 내러티브의 멋진 하모니를 자랑한다. 2차원과 3차원을 동시에, 혹은 교차해 보여주는 독창적인 움직임은 내러티브를 강조하기 위해 한 차례 정제되어 드러난다. 움직임에 치중하지 않고, 비교적 담담히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폴 드리센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야기의 맛과 움직임을 잘 조율하고 있다.

존 웰던의 <특별배달>

이번 상영전에서 폴 드리센의 작품들과 함께 선보이는 존 웰던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폴 드리센과 대조를 이룬다. 좀더 효과적인 내러티브와 연출을 위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시도하는 존 웰던의 작품들은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자신의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눈에 미끄러져 우체부가 죽게 된 상황. 갑작스레 비극의 주인공이 된 집주인 랄프는 죽은 우체부 대신 우편물을 배달하다, 그가 자신의 부인과 불륜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존 웰던의 <특별배달>(Special Delivery, 1978)은 7분여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 1979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치밀하게 짜여진 연출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그의 작품들은 앞서 말한 폴 드리센과는 정반대의 극한 케이스. 섬세한 연출에 비해 너무나 투박하고 단순한 비주얼로 인해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이 모인 이번 상영전, 한데 엮어서 보면 두 사람뿐만 아니라 오히려 관객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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