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족 추장 아바하치(미카엘 헤르비그)와 그의 의형제인 백인 총잡이 레인저(크리스티안 트라미츠)는 부족의 생존을 위해 술집을 열기로 한다. 그들은 쇼숌족에게서 황금을 빌려 시설까지 갖춘 건물을 샀다고 착각하지만, 사기꾼 산타 마리아는 황금을 가로채고 쇼숌족 추장의 아들 웃기는 토끼를 살해한다. 그 죄까지 뒤집어쓰게 된 두 남자.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한 아바하치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찾아 빚을 갚고자 한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술에 취해 아무에게나 나눠주었던 보물지도 네 조각을 모두 찾아야만 한다. 아바하치는 지도 한 조각을 가지고 있는 쌍둥이 형 위니터치를 찾아가 나머지 조각들이 어디 있나 물어본다.
서부극을 가장한 <황야의 마니투>는 코미디와 어드벤처에 가끔은 뮤지컬까지 뒤섞은 정신없는 영화다. 인디언 마을에 이방인이 들어오는 첫머리는 그나마 서부극에 가깝지만, 새끼 토끼를 애지중지하는 추장 구린 도마뱀이나 산타 마리아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은 뭔가 불길해 보인다. 그리고 그 예감이 맞다. 분홍색으로 치장한 게이 인디언이 느닷없이 출몰하고, 쇼숌족은 접는 의자를 파내는 행위로 선전포고를 하고, 기껏 찾아낸 보물은 행방이 묘연한데,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영화는 왜 이러는 걸까. 1인2역으로 연기까지 하면서 수고한 감독 미카엘 헤르비그는 오직 웃기는 데만 관심을 두는 듯하다. 그는 웃길 수만 있다면, 독일어를 하는 서부개척 시대 인디언이 월마트에서 도끼를 사왔는데 보증기간이 지나자 부서져버렸다는 싸늘한 농담까지도 두려움 없이 주절거리는 감독이다.
독일인들은 그의 유머를 무척 좋아했나보다. 2001년작인 <황야의 마니투>는 그때까지 독일영화가 세웠던 흥행기록을 경신했고, 오스트리아에선 <타이타닉> 이래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했던가. 4년 세월과 바다를 건너온 <황야의 마니투>는 마이크 마이어스나 주성치의 어이없는 코미디에 비하면 풀기없이 늘어진 천조각 같다. 조금 웃긴다 싶으면 지나치게 질질 끄는 탓이기도 하다. 쇼숌족은 앙증맞은 조랑말을 타고 매우 천천히 아바하치와 레인저를 추적하지만, 영화 자체마저 그 속도에 발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산타 마리아와 부하 두명이 총알CF 노래를 불러주는 삼중창이 최고의 재미. 팔랑거리며 거품 목욕을 하는 헤르비그의 게이 연기도, 그가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만 조금 웃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