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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영화계 남북교류 급물살
이영진 2005-10-25

우리의 소원, 충무로가 먼저 갑니다

<역도산의 비밀>의 박준희 감독

충무로에 북풍(北風)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그릴 영화 <윤이상-상처입은 용>을 기획 중인 LJ필름은 10월24일 중국을 거쳐 북한 땅을 밟는다. LJ필름에 따르면, 북한쪽 합작 파트너인 조선영화사쪽과 만나 로케이션을 포함해 합작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북한의 도움없이는 반쪽짜리 영화밖에 안 된다. 촬영지 협조를 요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윤이상연구소 연구원들의 영화 출연까지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LJ필름은 10월4일, 윤이상의 유족과 영화제작 판권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한 상태다. 북한과 독일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고 윤이상의 미망인 이수자씨는 합작 관련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접촉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 문제없다”는 의사를 북쪽이 밝힌 만큼, 이번 방북이 북한의 공식 합작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독일(판도라 필름), 일본(가도카와 필름) 등도 공동제작 의사를 밝힌 이 영화는 감독 물색이 끝나면 2007년에 촬영에 들어간다.

한편, 중국과 북한의 합작영화 <역도산의 비밀>을 연출했던 박준희 감독도 10월19일 방북해서 조선영화사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 북한, 중국이 참여하는 3국 합작 프로젝트에 관한 논의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홍석중 작가가 쓴 북한 소설 <황진이>를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를 제작 중인 씨네2000과 씨즈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두 차례의 방북을 통해 합작 의사를 전하고, 개성에서의 영화 촬영 여부와 관련한 북한 쪽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최승희의 일대기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나우필름도 북쪽에 합작 프로포즈를 한 상황이다. 1990년 뉴욕에서 제1회 남북영화제가 열린 이후 끊임없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불발에 그쳤던 극영화 남북합작. 최근 영화인들의 잇단 북행(北行)과 손짓이 어떤 과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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