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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 <개같은 내 인생>

EBS 10월22일(토) 밤 11시40분

<개같은 내 인생>이라는 영화는 의외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편이다. 어느 개구쟁이 소년의 눈을 통해 성장, 그리고 삶의 슬픔과 기쁨을 그린 이 영화는 잔잔한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소년은 자신의 순수함이 어른들 눈에 왜곡되게 비치자 개처럼 짖는 흉내를 내는 등 성장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영화 제목의 ‘개 같은’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좋은 뜻의 표현이라고 전해진다.

12살의 잉그마르는 장난기가 심하지만 생각이 깊은 소년이다. 아버지는 지구 반대쪽으로 해외 근무를 나가셨고 형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 살고 있다. 그는 늘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선에 태워 올려진 개 라이카와 신문에서 본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스스로 생각해본다. 잉그마르의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는데 잉그마르가 말썽이 심해 병세가 악화되자 아이는 시골의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위기에 처할 때면 개짖는 흉내는 내기도 하는 등 잉그마르는 마을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무렵 어머니의 병세가 더 악화된다. <개같은 내 인생>은 순수의 영화다. <개같은 내 인생>에서 어린 잉그마르에게 세상은, 알 수 없는 곳이다. 자신의 행동이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하고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지만 어머니의 병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잉그마르는 천진하다. 어른들이 짐작할 수 없는 상상 그리고 장난기를 통해 잉그마르는 세상의 진부함과 대결하는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끝까지 영화를 이끌고 있으며 괴짜로만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등장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민망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모두 밉거나 어색한 구석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어설픈 행동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잉그마르와 사가의 이야기는 인상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다. 잉그마르는 남자 같은 여자아이 사가와 어색하지만 차츰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어간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흔들림일까. <개같은 내 인생>을 만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국내에서 잘 알려진 편이다. TV시리즈 제작자로 일하던 그는 팝그룹 아바의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긴 <아바 더 무비>를 제작했으며 <개같은 내 인생>으로 세계 곳곳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간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1993)나 <사이더 하우스>(1998) 등 자신의 독특한 감수성이 새겨진 영화들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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