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02년 25달러였고, 6개월 전만 해도 10달러 선이던 블록버스터의 주가는 지금 5달러 부근을 맴돌고 있다. 매출은 감소했고, 점포들은 파산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안방극장을 위해 이 푸른색 간판의 점포를 찾았던 미국인들은 이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대여업체를 통하거나 비디오 온 디맨드(VOD)로 영화를 보고 있다. 또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는 헐값으로 DVD를 세일 판매하고, 케이블 채널들은 공세적으로 영화를 편성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며 극장을 외면한 관객의 냉담한 반응은 비디오 업계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블록버스터는 3/4분기 대여 매출이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은행과 대출 협상을 벌이지 않으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다. 블록버스터의 위기는 자초한 면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디오 대여업이 사양산업으로 지목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는 최근까지 점포 수를 확장해왔다. 블록버스터가 9100개의 점포를 확보하며 골목을 누비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정보의 바다’를 장악했다. 블록버스터는 지난해 8월 뒤늦게 온라인에 뛰어들어 올해 6월까지 1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지만, 넷플릭스의 고객 수는 6월까지 320만명이었고, 올해 말까지 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온라인 대여를 시작하면서 블록버스터는 ‘연체료 면제’ 정책을 내세워 수억달러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장에서 고른 비디오 또는 DVD를 곧바로 가져가 볼 수 있고, 여러 명이 값싸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디오 대여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람보8>을 90개씩이나 가져다놓는” 블록버스터라는 공룡은 빙하기 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