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이 대부분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비판적인 평가는 지엽적인 오류나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정도에 그치며,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체로 긍정적이고 온건한 서평을 쓴다. 서평이 아니라 사실상 책 소개 글인 경우가 많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이런 문장을 자주 쓴다. ‘옥에 티가 옥의 빛깔을 무색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법.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은 이 책의 미덕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옥의 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책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는 서평의 대상으로 적합한 책일까? 아니면 소개하는 글을 쓰기에 좋은 책일까? 16, 17세기의 고위 성직자 잠바티스타 팜필리는 다른 추기경이 소장한 귀중본 역사서 한권을 예복 속에 넣어 훔쳤다. 도난 사실을 알아차린 주인이 몸수색을 해야 한다고 우기면서 몸싸움이 벌어지던 순간, 예복 속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팜필리는 나중에 교황이 돼, 그 추기경의 재산을 몰수하고 로마에서 추방해버렸다.
책을 훔치고 싶은 욕망은 보편적인 걸까? 미국의 어느 최고급 호텔은 해마다 헌책 200여권을 구입하여 호텔 곳곳에 비치해놓는다. 부유한 투숙객들이 객실이나 복도에서 훔쳐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난봉꾼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가 40여권의 책을 쓴 다작의 저술가라는 사실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할 정도로 고전에도 조예가 깊었고, 말년에는 열두권에 달하는 회고록도 집필했다.
너새니얼 호손, 제프리 초서, 로버트 번스, 매튜 프라이어, 윌리엄 워즈워스, 대니얼 디포, 토머스 페인, 허먼 멜빌. 이 유명 작가들은 모두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다. 영국 문학사 최고의 서사시인으로 평가받는 존 밀턴은 침대에서 뒹굴며 시를 썼으며,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썩은 사과 궤짝이 옆에 있어야만 시를 썼다. 썩는 냄새에서 시적 영감이 고무되는 걸 느꼈기 때문이란다. 문인, 독서, 저술, 책, 출판 등속의 주제에 관한 고금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 책은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면서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것들을 들려주기에 딱 좋다.
이제 옥에 티를 하나 지적해보자. 이 번역서의 원서 제목을 번역하면 이 정도가 된다. ‘카사노바는 애서가였다: 책의 집필, 판매, 읽기에 관한 적나라한 진실과 진기한 이야기들.’ 그런데 번역서의 부제목은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로 되어 있다. 이 책을 사회사로 보기는 힘들다. 다만 ‘적나라한 진실과 진기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책이다. 사회사(social history)라는 개념을 오용 혹은 남용한 경우다. 필자가(혹은 많은 평론가들이) 자주 구사하는 클리셰를 다시 동원해본다. ‘옥에 티가 옥의 빛깔을 무색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법. 위에서 지적한 이 책의 부제목에 대한 아쉬움은 이 책의 미덕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옥에 티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