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형사 니틀스(톰 시즈모어)는 어느날 수상한 느낌의 현장을 덮친다. 폭탄 테러범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니틀스는 일행 중 클레어(제이미 프레슬리)라는 여자를 체포한다. 그러자 경찰서로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 곳곳에 설치해둔 폭탄을 폭파시키겠다는 것.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글래스(스티븐 시걸)가 팀장으로 있는 폭발물 해체반과 공조하여 범인을 쫓는다.
■ Review
<씨커>의 마케팅 포인트는 ‘스티븐 시걸’이다. <언더씨즈> 이후 <글리머 맨> <화이어 다운> 등 한때 최고의 흥행 액션배우였던 시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의 액션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기대를 접자. 스티븐 시걸은 90분 내내 폭탄의 전선이나 자르고,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폭발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무전기에다 연신 “움직여!”라고 외치기만 한다. 자신은 ‘움직이지’ 않고. “살다보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때가 있지”라는 삶의 지옥을 거쳐온 자만이 읊조릴 수 있는 ‘비장한’ 대사를 할 때나, 분초를 다투는 폭탄해체 현장에서 “죽음에의 공포를 잊어”라는 둥 설교를 할 때나 특유의 눈살을 찌푸린 표정으로 일관하는 스티븐 시걸을 보노라면 역시 그는 몸을 던지지 않으면 설 곳이 없음을 상기하게 될 뿐. 그래도 한번쯤은 시걸이 팬서비스를 하지 않을까 기다리지만 어느 틈에 스탭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만다.실감나는 폭파신을 위해 4천만달러가 넘는 제작비와 5t 이상의 화약을 쏟아부었다는 <씨커>의 폭발장면도 실망스럽다. 건물은 건조하고 밋밋하게 폭파될 뿐이고, 폭발과 그 상황을 둘러싼 어떤 긴장감도 잡아내지 못한다. 클라이맥스도 어설프다. 니틀스는 폭탄에 대해서는 왕초보인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 다짜고짜 폭탄에 덤벼든다. 겨우 몇 십초의 긴박한 순간에 글래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사설을 늘어놓는다. 감독은 엉뚱한 데서 폼을 잡으려고 안간힘이다. 글래스는 거의 신의 경지다. 함정을 발견하는 것도 그냥 직감이다. “그건 함정이야. 다른 곳을 찾아봐”라고 내뱉고, 마지막으로 어느 색 선을 끊어야 하는지 묻자 “네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답한다. 긴박한 상황을 잠시 이완시키려는 농담인지, 정말 될 대로 돼라는 진담인지 어이가 없어진다.
SF와 액션을 대충 뒤섞은 <네미시스> 시리즈 등 감독 앨버트 퓬의 전작들은 무게는 잡지만 장면과 장면의 리듬이 엉망이어서 채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지루해졌다. 그건 <씨커>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스티븐 시걸에게 액션을 주문하지 않은 결과 <씨커>는 ‘액션’이라 이름붙이기도 쑥스러운 영화가 되고 말았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