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하지 않은 가정, 평범한 일상, 떠나간 남자친구, 미래가 없는 삶. 이 무료한 일상의 끝에서 그녀(기네스 팰트로)는 마침내 희망을 찾는다. 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지긋지긋한 고향과 잊고 싶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승무원이 된다. 비행기 한번 타본 적 없던 그녀의 첫 근무지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한껏 부풀려야 하는 초라한 비행사. 그 초라함이 창피해질 무렵, 그녀는 국제선 일등석의 승무원이 되기 위해 메이저 비행사의 문을 두드린다. 그녀는 과연 우아한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한편의 ‘승무원 되기 가이드’와 다름없어 보인다. 보잘것없는 시골 소녀가 세련된 승무원으로 변모하는 과정, 예컨대, 그녀가 교양을 쌓고 서비스 정신을 배워나가 시험에 통과하기까지 전 과정이 별다른 굴곡없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에 간략한 로맨스가 첨가되어, ‘자, 쭉 뻗은 커리어 행로에서 사랑에 발목잡혔다. 일과 사랑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지루한 질문이 덧붙여진다. 오직 눈에 띄는 것은 승무원을 꿈꾸는 금발들의 향연, 그리고 그녀들의 트레이너로 분한 마이크 마이어스의 과장된 연기뿐이다. 영화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미래에 대한 꿈과 달콤한 로맨스를 별다른 필연성 없이 엮어낸다면 한편의 여성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기에는 그녀들이 왜 그토록 승무원이 되려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므로, 승무원을 향한 그녀들의 꿈은 화려한 의상, 고급 호텔, 멋진 외모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승무원을 모든 여성의, 가장 ‘여성스러운’ 꿈으로 신화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꿈을 허영심의 산물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꿈을 성취하는 여성영화로 보는 것도, 남녀관계의 아기자기함을 잡아내는 로맨틱코미디로 보는 것도 어색하다. 캐릭터의 관계, 플롯 그 어느 것도 살아 있지 않으므로 영화 전반을 걸쳐 반복되는 “마음을 따르지 말고 머리를 따르라”, “듣고 인식하고 설명하라” 등과 같은 승무원 지침어록은 뜬금없어 보인다. 그녀는 진정 파리 한번 가보자고, 그 푸른 유니폼 하나 입자고, 그 꼿꼿한 자세로 가방 하나 끌자고 그 많은 과정을 거쳤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