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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블록버스터로 향하는 성룡영화,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은 희박한 의미에서만 성룡 영화의 고유성을 갖고 있다. 그보다는 그 고유성을 어떻게 아시아 블록버스터의 시류 안으로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긴 흠이 더 많은 영화다.

진시황제 제위 시절, 몽이 장군(성룡)은 시황의 후궁인 옥수(김희선)를 사랑하지만 단지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위험에 처한 옥수를 구하려다 절벽 아래로 함께 떨어지는 두 사람. 여기까지는 꿈이다. 고고학자 잭(성룡)은 그런 꿈을 계속 꾼다. 그즈음 친구 윌리엄(양가휘)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중력 위에 떠 있는 관과 칼이 있다는 인도 다사이 왕국의 유적지를 찾아간다. 무중력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신비의 암석 그리고 꿈에서 보았던 옥수의 초상화, 몽이 장군의 칼 등을 발견하면서, 잭은 자신의 반복되는 꿈과 진시황릉의 풀리지 않는 비밀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신화…>가 아시아 블록버스터의 기질을 갖추기 위해 선택한 영화적 방법은 대립각을 설정하는 것이다. 꿈(또는 전생)과 현실, 고대와 현대, 몸동작으로서의 무술과 스펙터클로서 무술의 대립각이 그것이다. 영화는 꿈과 현실 혹은 전생과 현재를 시종일관 거칠게 교차한다. 이 두 부분은 각각 다른 스타일로 담겨 있는데,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잭의 부분이 성룡의 옛 영화 <용형호제>를 희미하게 떠올리게 한다면, 몽이 장군의 부분은 장이모식 스펙터클의 전투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이 두 부분의 이야기는 고대의 미스터리와 최첨단 현대의 기술이라는 모티브로도 맞선다. 무중력을 일으키는 고대 암석은 진시황릉에 숨겨져 있고, 현대의 과학자들은 그것만 찾으면 인간의 생활방식 자체가 바뀔 거라고 들뜨는 것이다.

<신화…>의 대립각은 서구에서 유행한 미스터리 역사물을 성룡식으로 번안하는 작업의 일종이다. 즉, 번안의 개념이 바로 성룡의 영화적 고유성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몸의 기예적 활용조차 중국 정통 무술에 대한 코믹한 번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무중력 공간에서 벌어지는 동작들은 무협 세계의 본질을 다시 한번 번안하는 작업이라 눈에 띈다. 공장 지대의 쥐잡기용 끈끈이액에 붙어 허우적거리는 인물들 역시 서양의 슬랩스틱코미디를 번안한 성룡 무술만의 전통이라 재치있다. 그러나 <신화…>는 전반적으로 세워놓은 대립항의 각이 심할 정도로 거칠고 무디다. 게다가 스펙터클한 광경이 리듬없이 덧붙여지면서 오히려 그 고유한 번안의 재미를 박탈당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 점이 이 영화가 지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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