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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는 부부없고 비밀없는 집안없다, <위기의 주부들>
윤영미 2005-10-06

미 중상류층 가족 그린 ‘위기의 주부들’ 인기 비결

한국방송 2텔레비전(매주 일요일 밤 11시15분)과 케이블 텔레비전 오시엔(매주 월~목요일 오전 11시)에서 방영 중인 <위기의 주부들> 시즌1이 종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한국방송의 경우 첫 방송 때 5%대 시청률로 시작해 7.5%까지 시청률이 올랐다가 5~6%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요일 밤 11~1시인 방송시간대를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수치다.

평범한 주부들의 은밀한 일탈 촌철살인 대사에 뛰어난 연출 로라 부시가 왜 밤 9시면 TV 앞에 앉았는지 알겠다

<위기의 주부들> 시즌1은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개성과 환경이 다른 주부 4명이 친구의 자살을 접한 뒤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뒤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수전, 대기업 간부로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었으나 별난 세 아들과 갓난아기를 키우느라 매일 허덕이는 리네트, 완벽에 가까운 ‘살림왕’이지만 그 완벽주의 때문에 가족들을 숨막히게 하는 브리, 부와 잘 생긴 남편 등 원하는 것을 모두 갖고도 어린 정원사와 바람을 피는 전직 모델 가브리엘이 주인공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가 “남편은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고, 나는 혼자 ‘위기의 주부들’을 틀어요.”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던 이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에 정곡을 찌르는 톡톡 튀는 대사,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력, 세련된 영상 등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특히 전형적인 미국 중상류층 40대 주부들인 주인공들이 겪는 일탈과 비밀스런 사생활에 얽힌 이야기는, 주시청자층인 주부들에게 공감과 함께 대리만족을 줌으로써 가장 큰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 넷이나 되는 자녀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리네트가 피임을 하지 않으려는 남편에게 주먹을 날리고, 가브리엘이 미성년자인 정원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 등은 가사와 육아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공감을 주고, 실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마음 속에 품어봄직한 일탈의 욕구를 대리충족시킨다.

시청자들은 또 매너좋은 브리의 남편이 사실은 ‘피학대 성욕주의자’라거나 리네트의 남편이 함께 사는 젊은 보모에게 은근히 호감을 품는 등 별 문제없어 보이는 부부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문제나 비밀이 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 드라마의 작가 마크 체리는 2002년 다섯 자녀를 욕조에 익사시켜 살해한 ‘안드레아 예이츠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 드라마를 썼다고 한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뉴스에서 이 사건을 접한 마크 체리는 어머니에게 “자식들을 죽일 만큼 자포자기에 빠진 여성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어머니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완벽한 주부이자 어머니로만 알았던 그는 충격과 함께, 세상의 주부들이 저마다 절박함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히치콕 스타일의 이 코믹 스릴러 드라마는 요소요소에 배치된 코믹한 설정과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또한 매력적이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며 서스펜스와 스릴을 증폭시켜 재미를 더해준다. 이혼녀 수잔이 매력적인 배관공 마이크에게 끌리는 속마음을 드러내면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마이크의 미스터리한 모습을 보여줘 반드시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식이다.

극중 출연자들이 죄를 숨기려다 또다른 죄를 짓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죄의 연결고리에 얽혀든다. 그래서 <위기의 주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서로 숨기고 캐내는 비밀들로 인해 이야기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서스펜스가 쉴새없이 이어진다.

오프닝과 클로징 등에서 죽은 사람을 화자로 내세운 독특한 내레이션도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시키는 좋은 장치이다. 이 작품은 방송 첫 회에 자살한 메리 앨리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됨에도 분위기가 전혀 공포스럽거나 슬프지 않다. 오히려 미스터리를 은근히 암시하는가 하면, 겉과 속이 다른 우리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면들을 초월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인생사에 교훈을 준다. 내레이션을 들으며 시청자들은 좋은 부모의 구실이나 바람직한 이웃과의 관계 등 인생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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