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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숨긴 병원의 죽음, <코마> 촬영현장
사진 오계옥김수경 2005-10-04

“또각또각”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구두굽 소리만 울린다. 양옆으로 늘어선 병실 문을 뒤로 하고 걸어가는 여주인공 윤영(이세은). 그 순간, 누군가를 찾는 어린 윤영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은 OCN이 투자하고 시오필름이 제작하는 HD 5부작 미스터리스릴러 <코마>의 촬영현장인 남원의 호성병원이다. 몇 개월간 전국 각지를 헌팅하던 제작진이 <코마>의 원래 설정대로 폐병원을 찾아낸 것은 천운이었다. 요양원으로 리모델링될 예정인 병원 내부에는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챠트와 약병들이 널려 있고, 침대가 남아 있는 병실도 지천이다. 복도의 입구부터 끝까지 간호사 수진(명지연)을 따라가는 윤영을 찍는 이동숏 촬영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걸맞게 휠체어에 이강민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앉는다. 액션 구호와 함께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배우들, 그리고 촬영팀, 마지막으로 각종 라인들이 실타래가 풀려나가듯이 카메라를 뒤따른다.

<코마>는 폐업을 앞둔 병원에서 다섯 인물에게 벌어지는 단 하루 동안의 사건을 그린 5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그들은 10년 전 한 아이의 실종 사건에 모두 연루되어 있다. 현재는 1편 <생일파티>와 5편 <의사, 장서원>의 촬영이 병행 중이다. 1편과 5편의 연출을 맡은 공수창 감독은 “5편 모두 공간과 사건을 공유하지만 연출자가 다른 만큼 각각의 시선으로 <라쇼몽>처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3편은 각각 김정구, 조규옥, 유준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환상을 넘나드는 복잡한 플롯과 하루 촬영분량이 40컷이 넘는 강행군에도 여주인공 이세은은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라 의상이 단벌신사, 약간 더러워지고 깨끗해지는 변화만 있다”며 농담한다. “심리적인 측면이 강한 스릴러라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새벽 3시를 넘어서자, 복도 촬영이 종료되고 병실로 향하는 스탭들. 오늘 촬영의 최대 고비인 2분짜리 롱테이크. 아무도 없는 병실에 들어선 윤영은 인형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다. 시트, 벽, 커튼, 형광등, 메모판 심지어 윤영의 셔츠도 하얀색이다. 진행은 만만치 않다. 크레인 위에 카메라만 얹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고블링숏의 타이밍과 앵글을 맞추는 것이 어렵고, 기다리느라 지쳐버린 아역배우 배소연도 평소와는 달리 실수를 범한다. 동이 터오는 너른 창문을 검은 천으로 막고 열세번이나 테이크를 반복한 끝에 오케이 사인이 내려졌다. 인서트 촬영을 끝으로 또 새로운 하루가 밝아온다. <코마>는 11월경 OCN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빈 병실에 들어선 윤영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인 인형을 발견하는 동시에 인기척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가 연출하는 영화현장에 처음 방문한 공수창 감독의 아들이 슬레이트를 잡았다. 촬영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다른 아역 배우들이랑 노느라 즐거워하던 여동생과 달리 그는 시종일관 모니터와 카메라 곁을 오가며 진지하게 구경했다.

휠체어를 이용한 이동숏. 신호가 떨어지면 사진 속의 인물들이 차례로 돌진한다. 달리는 배우와 스탭들도 힘들지만 라인이 꼬이지 않게 정리하고 풀어주는 각 파트의 막내들이 느끼는 긴장감도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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