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7주년 기념을 맞아 제작 중이던 맥아더 동상의 모습.
내가 한창 고무줄하며 뛰놀 때 6·25전쟁은 까마득한 옛일이었는데 요즘 코흘리개들에게 5·18 광주가 그런 시차로 여겨질 것이다. 세월 참 쏜살같다. 맥아더 동상을 둘러싼 네티즌 의견을 보다가 “근데 맥아더가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는 깜찍한 질문을 봤다. 조만간 “청계천 복원은 조순 시장이 했죠?”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맥아더는 내게 선글라스를 쓰고 옥수수 파이프를 문, 영화배우 뺨치게 멋진 구국의 은인으로 반복 주입된 인물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그의 마지막 연설 문구(미국 군가의 한 대목임)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수준으로 관광지 상품에 단골로 등장했다.
부지런한 회사 동료 남종영에 따르면 인천 자유공원은 19세기 말 각국 외교 대표부가 근처에 많아 만국공원이라 불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원이다. 남 기자는 “창경원에 동물원이 없어야 하고 광화문에 중앙청이 없어야 하듯, 냉전의 유물인 맥아더 동상은 박물관이나 전쟁기념관으로 보내지는 게 마땅하다”고 말한다. ‘맥아더=미국’이란 멘탈의 소유자들이 많고 아직 전시 작전지휘권이 미국에 있는 우리 형편에서 무작정 철거는 요원한데다, 인천 시민들의 추억을 빼앗는 일이기도 하다. 그 앞에서 사진 한장 안 박아본 사람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타협점은 없을까. 노병이 다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 기분 나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말이다. 역대 우리나라를 ‘구원’해준 외국 지휘관들 동상을 줄줄이 세워 그를 원 오브 뎀으로 만들면 어떨까. 나당연합군의 소정방, 임진왜란 때 명군을 이끈 이여송 같은. 아님 6자회담이 합의문을 내고 남북경협도 잘 되니 개성쯤에 한국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의 동상을 세우라고 제안할 수도 있겠다. 만주 폭격을 주장하고 틈만 나면 판단착오를 일으켜 전쟁 도중 ‘짤렸던’ 맥아더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건진 모르겠지만, 연로하신 분들이 그 때문에 농성하고 몸싸움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