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수자들의 악몽이다.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들은 팔이나 다리가 하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치원 입학을 거절당하고, 사내들은 직장인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을 꼬박꼬박 얻어먹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구타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출근길 지하철 옆자리는 종종 비어 있으며, 기업들은 ‘키 160cm 이상, 몸무게 50kg 이하’라는 항목을 구직란에서 지우지 않는다. 심지어 이 나라의 학생들은 대학에 가야만 사람 취급을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별별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 곁에 당면한 인권문제를 손에 쥐고 여섯명의 감독들이 어우러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2003년 제작된 <여섯개의 시선>이 다분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였다면, <별별 이야기>는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인권위의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6개의 단편들이 구사하는 기법과 소재는 다양하다. <강아지 똥>(2003)의 권오성 감독은 클레이메이션 <동물농장>을 통해 양떼에게 왕따당하는 소수자 염소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사람이 되어라>는 말 그대로 ‘대학에 가야만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현 입시제도의 폐해를 유쾌한 직유법으로 꼬집는 작품. <언년이>(2002)의 유진희 감독이 그려낸 <낮잠>과 한국애니메이션 전공 3기 출신 감독들로 이루어진 5인 프로젝트팀의 <그 여자네 집>은 수채화 애니메이션의 맑고 청명한 이미지로 장애아동과 취업주부의 악몽 같은 하루를 어루만진다.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주인 잃은 자전거에 대입해서 풀어낸 이성강 감독(<마리이야기>)의 <자전거 여행>은 비극적인 반전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건드린다. 단편의 힘을 아는 장인의 솜씨다.
알싸한 유머가 그리워질 때 즈음에 이애림의 <육다골대녀>가 튀어나온다. 그로테스크한 연재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인기를 누려온 감독은, 육(肉)이 다(多)하고 골(骨)이 대(大)한 집안의 막내딸이 터뜨리는 울화통의 역사를 독창적인 디지털 컷-아웃 애니메이션으로 분출시킨다. 선하게 미소를 짓던 <별별 이야기>가 갑자기 어깨를 툭 치며 별나게 낄낄거리는 것 같아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