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돼왔던 KT의 싸이더스FNH 인수가 확정됐다. 9월7일 남중수 KT 대표는 싸이더스FNH에 280억원을 출자해 지분 51%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조만간 계약을 체결한 뒤 이사회를 통해 인수를 최종 확정짓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KT는 DMB, IP TV, 와이브로 등의 미디어를 통해 싸이더스로부터 제공받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KT로부터 경영권을 보장받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KT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다가 금세 시장을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영화계에 남을 자본이라는 매력이 있었고, 서로의 자본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돌파하자는 의지도 맞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충무로가 이번 계약에 큰 관심을 쏟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싸이더스가 신규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배급 시장에 뛰어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차 대표가 “아직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점진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밝혔지만, 충무로는 싸이더스가 투자·배급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CJ, 쇼박스,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의 판도에 KT라는 정보통신 자본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 되는 셈다. 한 관계자는 “얼마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안에 투자·배급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추가재원은 싸이더스와 KT가 구성할 영화펀드를 통해 마련한다는 예측이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윈도 질서에 끼칠 영향이다. 이미 충무로에서는 KT가 정보통신 자본의 속성상 극장과 DVD, 비디오, TV 등 기존 윈도보다 DMB 등 새로운 윈도에 집중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차 대표는 “KT가 극장보다 빨리 자신의 윈도를 통해 싸이더스 영화를 개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부가판권 시장의 경우 “수익성이 있다면 DVD, TV 등에 앞서 새로운 윈도를 통해 먼저 공급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케이블TV 채널을 활발하게 운영 중인 CJ, 오리온(쇼박스)과의 정면충돌도 예상된다. 결국, KT-싸이더스 연합이 충무로 판도변화의 주요 변수가 될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