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음직한 괴담이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밤마다 움직인다, 미술실에 혼자 있으면 석고상이 노려본다, 유관순 초상화에는 7가지 비밀이 있다, 소풍날 비가 오는 건 학교 귀신 때문이다, 등등. 불합리한 교육제도나 폐쇄공간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원초적이고 근거없는 두려움들이, 어린 마음들을 떠돌았던 것 같다. <학교전설>은 어린 시절 우리의 귀와 입을 바쁘게 했던, 전설과 괴담을 다룬 영화다. 어른 관객도 나눠가질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건 이런 이유다.
<학교전설>은 시청각적으로 매우 공포스럽다. 음악, 음향효과, 특수분장, CG 등은 학교에, 아이들 머릿속에 떠도는 괴담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하지만 ‘본격 키즈엔터테인먼트 무비’를 표방한 이 영화도, 계몽과 선도에 대한 강박을 벗어내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영주를 죽음으로 몰아간 원인이 동급생들의 왕따로 밝혀지면서,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식의, 진부한 맺음을 피하지 못한다. 에필로그에 이르면 ‘공포’에 힘을 싣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지만 너무 진지해서 아이답지 않은 만득이와 영주의 로맨스, 학교와 급우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운 영주의 신파적 교훈 등으로 이미 이야기가 너무 벌어져 버린 다음이다.
<그림일기>의 이휘재와 더불어 ‘개그맨의 영화진출’로 화제를 모은 신동엽의 출연은,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감상 포인트. 웃기길 기대하든 열연을 기대하든 조금씩은 실망할 테지만, 아이들이 뽑은 ‘선생님 같은, 친근한 얼굴’로서 신동엽은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다. ‘은실이’ 전혜진이 우물에 빠져 죽은 한많은 귀신 영주로 분했는데, 무섭다기보다는 조숙하고도 눈물많은 모습이 은실이 캐릭터를 빼닮았다. <수녀 아가다> <키위새의 겨울> 등을 연출했던 김현명 감독 작품. “어린이 영화시장 개척을 위해” 키즈무비 전문 제작사 시네웍스를 만들고, 2년의 준비 끝에 창립작품 <학교전설>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