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자리, 뉴올리언스는 물에 잠겨 있다.
지난 8월29일 미국 남부에 상륙해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와 26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리우드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 지역에서 촬영 중이거나 준비 중이던 영화와 TV영화 6편의 제작이 일시 중단됐으며, 침수와 정전으로 불가피하게 문을 닫은 극장업계도 손실을 입었다.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긴급 대피 작전을 펼친 메이저급 영화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제작 중이던 디즈니의 <데자뷰>와 <가디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토니 스콧이 연출하는 <데자뷰>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가디언>은 8월27일 밤 9시 전세기편으로 미술팀, 세트팀 등 70여명의 스탭을 대피시켰다. <데자뷰>는 이번 사태로 3주 정도 스케줄 지연이 불가피하다. 역시 뉴올리언스에서 제작 중이던 인디영화 <라스트 타임>의 스탭들도 급히 피난길에 올랐다. 루이지애나주 베이톤 루즈를 로케이션장으로 골랐던 워너브러더스의 <리핑> 스탭들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대피했고 주연 힐러리 스왱크는 뉴욕의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 뉴올리언스에서 촬영 중이던 <CBS>의 TV영화 <흡혈박쥐>팀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마이애미 바이스>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풍으로 세트 일부가 파손된 <마이애미 바이스>의 마이클 만 감독은 지난 2월부터 기거해온 마이애미의 집에 전기가 끊기자 호텔로 옮겨 나머지 촬영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생명을 구한 것에 안도했던 스탭들은, 영화의 스케줄이 늦춰져 생업에 지장이 올까 근심하고 있다. 운송과 통신 등 도시 전체의 인프라가 크게 손상된 지역에서 나머지 프로덕션이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잔여장면이 특정 지역의 풍경을 필요로 하지 않아 촬영지 변경이 자유로운 <흡혈박쥐>와 <가디언>은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초래한 사태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바로 루이지애나 주정부라고 외신은 입을 모은다. 캘리포니아로부터 영화 및 TV산업을 유인해내는 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루이지애나는 2004년 한해 동안 세제혜택을 베푸는 등 1억2500만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27편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번 허리케인은 그간 노력도 허망히 루이지애나주를 할리우드 유치 경쟁에서 당분간 뒤처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