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서울실험영화페스티벌’(SEFF)이 그 규모를 확장하여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05)로 거듭 태어난다. 9월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서울아트시네마와 spaceCell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17국에서 찾아온 경쟁부문 97편 등 140여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EXiS2005’는 전위적인 실험을 통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엑스워즈’(EX-WAS)라는 이름의 해외초청 부문은 미국의 대표적 구조영화 작가로 독보적인 업적과 영향력을 끼쳐온 홀리스 프램튼(Hollis Framptom)의 회고전이 마련된다. 24글자인 라틴 알파벳을 1초씩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1초에 24프레임으로 구성되는 영화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조른의 공리>와 ‘EXiS2005’의 개막작이자 끊임없이 흐르는 내레이션에 ‘불타는 사진의 연대기’를 결합함으로써 사진적 과거와 영화적 현재를 공명시키는 <노스탤지어> 등 15편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회고전은 새로운 영화 언어를 개척하려는 홀리스 프램튼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엑스워즈’에서는 ‘일본 실험영화의 중요한 경향들(1955-2005)’이라는 제목의 일본 실험영화 회고전도 선보인다. 지금의 일본 실험영화를 이끌고 있는 ‘이미지 포럼’의 전신이자 일본 실험영화를 태동시켰던 ‘시네마테크 언더그라운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60년대의 다른 장르의 작가들’에서는 일본 실험영화의 효시로 알려진 호소에 에이코의 <배꼽과 원자폭탄>, 춤추는 한 여성과 지옥의 철문 앞에 서 있는 한 남성의 이미지를 통해 작가의 자의식을 투영하는 데레야마 슌지의 <새장>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일본 실험영화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받는 ‘100 Feet Film Festival’에서 발표된 작품들로,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스틸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은 나가타 요이치의 <새>와 8mm 포르노 필름에서 1초의 동작을 추출하여 24프레임으로 분해한 뒤 다양한 법칙으로 재결합시킨 오쿠야마 준이치의 <영화>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움직이는 사진’, ‘장소의 지각’, ‘신체’ 등 다양한 주제로 현재의 일본 실험영화들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국제 경쟁부문인 엑스나우(EX-NOW)는 최근에 제작된 실험영화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실험영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놓는다. 신용식의 <순수한 상호성>, 김영은의 <작별>, 임고은의 <차이나타운에 대한 주관적 기록> 등 국내 17편과 더불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70편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켄 코블랜드의 <싱크 테르에서의 질서에 대한 상념들>이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를 접목해 눈길을 끈다면,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하룻동안의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을 대비시키는 존 스미스의 <미술관 작품>, 대처 총리의 벨그라노 연설을 부분 발췌해 작곡한 데이비드 커닝햄의 음악이 인상적인 윌리엄 라반의 <시민 불복종> 등은 유럽 실험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전자음악을 배경으로 빛의 생동감을 포착하는 빠른 몽타주가 돋보이는 <엘 이요 & 엘 리브로>를 출품한 라파엘은 개막 행사로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성 작가보다는 신진 실험영화 감독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국제 비경쟁부문인 ‘엑스 초이스’(EX-CHOICE)에서는 국내 23편, 해외 10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국내 감독으로는 드물게 16mm 필름으로 제작된 석성석의 <1998>, 다소 퇴폐적이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오버> 등의 작품들은 국내 실험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EXiS2005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미국 실험영화 연구자이자 EXiS2005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을 맡은 호버트 할러의 특별강연을 통해 홀리스 프램튼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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