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여.” ‘조폭마누라’가 장성한 세 아들을 뒀다면 이랬을까. 여수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김수미)는 조직을 물려받은 세 아들을 끊임없이 다그친다. 그 덕에 조직은 외풍없이 평화를 누리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세력 확장을 위해 서울로 올라간 큰아들 인재(신현준)가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그녀는 두 아들에게 “내 환갑날까지 느그 형 색싯감을 찾아오라”는 엄명을 내린다.
전국관객 500만명을 끌어모았던 <가문의 영광>의 속편. 이번엔 엘리트 며느리를 들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인재는 어느 날 도식(김해곤) 일당한테 쫓기던 여검사 진경(김원희)을 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상대가 실은 “깡패들 잡아 콩밥 먹이는” 강력부 검사이고 “오후 2시에 출근해 6시면 사우나로 직행하는” 깡패 보스임을 알아차리기까지, 현실에선 불가능한 기막힌 데이트를 더해간다.
조폭코미디 안에 두 남녀의 로맨틱한 줄다리기를 팥소처럼 끼워넣은 점은 전편과 유사하다. 그러나 웃음강박증은 더욱 심해져, 의도한 시너지를 내진 못한다. 질펀한 욕설과 불편한 비속어를 즐기고 카메오를 줄줄이 등장시키는 데는 아낌없지만, 영화는 인재와 진경 두 인물의 감정에 대해선 인색하다. 이를테면 진경에 대한 인재의 호감은 첫사랑 진숙과 진경이 닮았다는 정도밖에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억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진숙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 어이없이 죽은 인물로까지 만들어 버린다. 진경이라는 인물은 그만큼도 묘사되지 않는다. 두 남녀가 짝짓기에 다급한 노총각, 노처녀라고 그러는 것인가. 신현준, 김원희 두 배우의 연기가 매번 허방을 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착한 영화라고 우기지만 않았더라도 또 모를 일. <가문의 영광>에서 조폭 막내딸은 “그려! 우리 집안은 깡패여! 어쩔 것이여!”라고 항변하고, 법대 출신 사윗감조차 힘좋은 처남들을 해결사로 불러낸다. <가문의 영광>은 조폭코미디라는 천출 태생 탓에 세상을 조소하진 못해도,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실을 그럴듯하게 그려냈다. 반면, <가문의 위기…>의 조폭들은 검사 출신 며느리를 맞고서 순한 양들처럼 일제히 교화한다. 착하게 살자고 다짐하는 이들이건만, 전편의 캐릭터들보다 마음이 덜 가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