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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달콤한 마릴린, <뜨거운 것이 좋아>

<MGM Plus> 8월30일(화) 밤 12시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중엔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것이 있다. 촬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다. 한가롭게 쉬고 있는 여배우를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품은 채 구경하고 있다. 순간의 이미지일 뿐이지만, 사진은 흥미롭게도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의 많은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에로틱한 배우이자 스타이지만 이 여성은 어딘가 고독해 보인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백치미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배우 마릴린 먼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으면서 영화 속 섹슈얼리티를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작품이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 갱단은 경찰을 피해 밀주를 운반하고 이들을 쫓던 경찰은 어느 술집을 불시에 급습한다. 술집 악단의 연주자인 조와 제리는 빚에 쪼들린 딱한 신세들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 주차장에서 갱단의 총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바로 갱단을 밀고한 찰리 일당을 무자비하게 해치우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갱단에 쫓기는 몸이 되고 목숨을 부지하게 위해 비장한 결심을 하게 된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갱단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여자로 위장하고 여성 악단에 들어가는 상황에 이른다. 이름까지 조세핀과 다프네로 바꾼 이들은 여장으로 인해 계속해서 해프닝을 일으킨다. 복장을 갈아입는 것으로 섹슈얼리티를 위장한다는 것, 그리고 이후 엉뚱한 코미디가 전개되는 것은 <뜨거운 것이 좋아>를 비슷한 소재 영화들이 참고할 만한 영원한 고전이 되도록 했다.

제작 당시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의 여장은 적지 않은 화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한편, 사랑 이야기도 가세한다. 조세핀은 극단의 한 사람이자 술을 즐기는 슈가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반하지만 슈가는 조세핀이 남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시카고라는 음험한 공간에서 시작해 긴 여정을 벌이는 조와 제리는 섹슈얼리티의 눈속임과 거침없는 사랑을 하나의 유희처럼 삼으면서 지낸다. 복잡한 커플들의 사연은 어설프게나마 결말에서 봉합되기에 이르며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위로를 받으면서 모호한 해피엔딩으로 안착하는 것이다. <사브리나>(1954)와 <7년만의 외출>(1955) 등 미국사회의 계층과 도덕율을 은근히 풍자하는 영화들을 만든 빌리 와일더 감독은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에도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등의 독특한 코미디를 만들었다. 관객은 그의 이름보다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이라는 스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배우의 그늘에 숨은 듯 보이는 빌리 와일더의 대중적이면서 예리한 직관이 숨쉬고 있는 연출력을 무시하기란 수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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