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의 시대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가. 미국인들은 조심스레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지난 8월23일치 <뉴욕타임스>는 저가 DVD와 VOD 서비스의 출현으로 빠른 사양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비디오 대여점의 입지가 아직은 흔들림이 없다고 보도했다. 연예산업 리서치 기관인 ‘애덤스 미디어 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VHS를 포함한 DVD 대여건수는 극장 관람객 수의 2배를 뛰어넘는 32억건. 이와는 대조적으로 DVD 판매량은 11억건, VOD 서비스와 케이블 방송을 통한 영화판매는 35만건에 그쳤다. 애덤스 미디어 리서치의 대표 톰 애덤스는 이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비디오 대여 산업이 별안간 마술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미디어 산업의 급변 속에서도 비디오 대여점은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영화감상의 통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연예산업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트랙’의 부사장 켄 파파건 역시 비디오 대여점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소비자들의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상품이건 온라인이나 전화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사지 않는가.”
그럼에도 지난 몇년간 북미 비디오 대여시장의 규모는 완만한 하향세를 걸어왔다. ‘월마트’나 ‘베스트 바이’ 같은 대형 할인점의 초저가 DVD 판매정책이 비디오 대여점으로 향했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조금씩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비디오 대여시장의 50% 이상을 점유 중인 ‘블록버스터’와 ‘무비 갤러리’는 이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라인 회원제, 연체료 면제 서비스 등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