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영화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걸작과 거장 감독을 꾸준히 소개해온 서울아트시네마가 최근 들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곳을 찾는 관객 수는 지난해의 50∼60% 수준에 불과해 적자가 누적됐고, 이에 따라 실무진의 인건비까지 지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운영난은 서울아트시네마가 올해 4월 초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종로의 옛 허리우드극장으로 이전하면서 본격화됐다. 이곳을 운영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김노경 사무국장은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 같은 경우, 전체 284석 중 평균 70석이 들었는데 아트선재 시절 같으면 120∼150명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고전은 장소 이전 직후부터 예고돼왔다. 루치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 로베르 브레송의 <볼로뉴 숲의 여인들>,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 등 ‘사상 최강의 라인업’을 선보였던 재개관 기념 영화제의 평균 관객은 60∼65명 정도였다.
서울아트시네마의 부진의 첫째 원인은 입지조건으로 보인다.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인근 삼청동 등의 갤러리, 카페 등 주변 여건이 좋았으나 현재의 장소에서는 영화 관람 외에 별다른 연계 프로그램이 어렵다는 것.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필름포럼도 극심한 관객난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입지의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주수입원이었던 각종 행사의 대관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CGV에서 열린 미쟝센단편영화제를 비롯, 과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행사들이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기고 있는 것. 또 CGV 인디관이나 예술영화 전용관의 활발한 활동으로 극히 제한된 예술영화 관객이 분산된 영향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20대의 경제력이 악화돼 예술영화 관람에 돈을 지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필름포럼 임재철 이사의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김노경 국장은 “필름 대여료도 크게 올랐는데, 과감한 투자로 상영용 필름 아카이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각종 전용관 지원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은 “일단 올해 말까지 운영해본 뒤 판단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