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읽는 탐정 이야기는 위인전과 맞먹는 감동을 선사한다. 탐정은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해 ‘악인’을 잡고, 억울하게 죽거나 피해를 당한 사람을 구한다. 탐정은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인 동시에 액션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변장의 달인인 경우가 많다. 60년도 더 전에 쓰여져 소년소녀들의 모험심을 자극했던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가 만화화되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되었는데, 권말부록 형식으로 원작자 에도가와 란포(그는 괴이한 분위기의 공포추리물로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상이라는 추리문학상은 권위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르문학상이다)에 대한 설명과 원작소설이 연재되던 당시의 자료, 어려서 이 책을 읽고 큰 작가들의 추억담이 실려 있다. 소년탐정 수첩이나 BD(Boys Detective) 배지, 괴인이십면상 퍼즐 맞추기 등의 사진은 쏠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만화 <소년탐정단>은 에도가와 란포가 낳은 일본의 대표적인 탐정 캐릭터인 아케치 코고로와 그를 돕는 소년 조수 고바야시가 세기의 괴인이십면상의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고바야시는 중학생이지만 모험심과 영민함으로 거칠 것 없이 사건에 도전, 아케치 코고로를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흥미로운 것은 괴인이십면상의 캐릭터. 일견 뤼팽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 미술에 정통한 도둑인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원하는 물건만을 가져가는 인물. 하지만 그의 얼굴은 아무도 본 적이 없으며, 그는 자유자재로 변신을 거듭해 교묘하게 현장을 빠져나간다. 괴인이십면상의 변신 과정은 공포물에 가깝게 그려진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는 게 아니라 그는 얼굴과 혈관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얼굴을 바꾼다. 이 변신과정을 본 사람들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하듯 겁에 질리고 만다. 고바야시는 이 이십면상에 맞서기 위해 7대 도구를 활용한다. 줄사다리, 만능칼, 시계가 부착된 만년필 모양 나침반, 비둘기 삐뽀와 같은, 지금 보면 조악하고 그저 귀여운 무기도 있지만, 권총도 휴대하는 고바야시는 괴인이십면상에게 감금당해도 지혜롭게 행동하는 모험소년이다.
<소년탐정단>에는 탐정물, 모험물, 공포물의 각 요소가 고루 섞여 있다. 사건의 해결 자체가 탁월하다고 볼 수 없고, 그림체가 다소 고전적이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이 만화의 괴이한 분위기와는 잘 맞아떨어진다. 소년탐정들의 활약을 그린 만화를 더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탐정학원 Q>를 추천한다. 여성취향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탐정과 그의 어린 조수가 등장하는 야릇하고 러브러브한 <탐정 블루캣>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