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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의 배용준+손예진 [2] - 배용준

배용준은 ‘사람의 벽’을 두르고 다닌다고 기자들은 말한다. 틀린 관찰은 아니다. <외출>의 삼척 현장에서도 개인 영어교사, 스타일리스트, 그를 위한 메이킹 필름 기사 등 여섯명가량의 스탭이 달무리처럼 그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씨네21>과 약속한 날 배용준은 손수 차를 몰고 왔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다”고 설명하는 목소리가 가뭄의 풀처럼 버석거린다. 종일 추적인 비도 간밤에 한잠도 이루지 못한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스며들지 못한 것 같았다. 이제 막 완성됐으나 아직 관객의 세례를 받지 못한 영화 <외출>은, 이 중증 완벽주의자에게 불면부터 안겨주고 있었다.

“그 남자들 비겁하지 않았나요?”

-삼척 촬영현장에서 만났을 때, 제가 허진호 감독 영화 속 남자들이 한국영화에서는 희귀한 성격의 남성들이라고 평했더니 당신은 그들이 비겁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남자들을 비겁하다고 보는 부분에서 바로 <외출>의 인수가 다른 점이 생길 거라고 짐작했는데요.

=그 남자들 비겁하지 않았나요? 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소심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고 극정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고. <외출>의 인수는 굉장히 건강해요. 정신도 육체도. 그게 영화에 보여요. 맑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기존의 허진호 감독이 그린 남자 캐릭터와 조금 달라요.

-인터뷰나 현장 모습, 보디빌딩에 관련된 일화를 보며 무사, 승부사 기질을 지닌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그것도 몇수 접어주고 불리한 위치에서 승부 걸기를 즐기는 사람. 그래서 승리할 때 살아갈 원기를 얻는 게 아닐까, 그런 인상이 맞다면 사랑영화로 일가를 이룬 감독의 신작은 너무 쉬운 카드 아니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항상 어려운 게 좋아요. 자기가 잘할 만한 것을 찾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수를 접고 들어가 뭔가 사력을 다해 어렵게 해내는 편이 좋아요. 그럴 때는 이기지 못하더라도 쾌감이 있어요. <외출>이 불리한 선택이었던 까닭은, 감독님과 저의 스타일이 양극을 달린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 결심이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감정의 근사치를 미리 잡아가는데 감독님은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가니까. 둘의 공통점이라면 궁극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간다는 점 정도? (웃음)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조소하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조원이 당신에게 더 편한 옷이라고 보는데요. <외출>의 전체 이야기에 동의를 하나요.

=아뇨, 안 되죠. (웃음) 내 아내가 먼저 그랬건 내가 그랬건, 외도에 대해 감정적으로 정당화할 수가 없어요. 그저 죽을 것같이 밉고 억울하고 아플 것 같았어요. (불쑥) 영화 보시면 알 거예요. 저는 ‘그렇게’ 사랑에 안 빠졌어요.

-(당황해서) 인수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고요.

=사랑하지 않았다기보다 사랑을 막았다는 표현이 맞겠죠. 시간이 좀 흐르고 흉터가 아물었을 때는 다른 여자가 보이고 그녀를 통해 내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거예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자니까.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도저히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인수는 결혼에 대해, 열렬한 사랑에 대해 제대로 알고 결혼한 남자가 아닌 거죠. 반면 아내 수진은 사랑을 아는 여자였고. 아내에 대해서도 인수는 “네가 내 사랑을 배신해?”가 아니라, “내가 널 그렇게 신뢰했는데 그럴 수 있어?”라고 분노하는 느낌이에요.

-허진호 감독은 배용준씨가 우는 장면이 진짜 이 사람이 우는 것처럼 보여 제일 좋았다던데요.

=모텔 방에서 혼자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인수의 마음과 더불어 저 자신의 상태, 삶의 무게에 대한 감정까지 느꼈던 것 같아요.

-어젯밤 잠 못 이룬 것은 영화, 혹은 영화 속 인수의 모습에 대한 어떤 석연치 않음이 남아서였나요.

=그건 아니에요. 다만, 감독님과 저, 손예진씨 세 사람의 인터뷰를 나란히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 사람이 다른 영화를 찍은 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게 꼭 안 좋은 징조만은 아닐 것 같아요. 나는 인수, 손예진씨는 서영의 관점에서 느낀 거고 허 감독님은 전체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원래는 감정이 쌓여가다가 베드신이 나오는데, 편집을 거쳐 감정의 실체가 혼란스런 상황에서 먼저 섹스가 나오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가까워지는 순서로 바뀌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직접 연기한 배우로서는 마음에 드는 해법인가요? 시나리오에 따라 감정을 조정했는데 편집에서 바뀔 경우 배우가 언짢아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거든요.

=제 감정에는 별 지장은 없어요. (미소) 철저하게 계산대로 맞춰 찍었으면, 혹은 인수의 감정이 명확했다면 “이게 뭐야?” 했겠지만 이 남자는 너무나 혼돈스러운 상황이니까 정답이 없는 거죠.

-<외출>이 아시아 10개국 동시개봉하면 한류에 대한 논의가 또 한바탕 일어날 듯한데요. 한류를 바라보는 관점이 상품 수출,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당사자로서 어떻게 보나요.

=일방적인 보도라고 봐요. 왜 그래야만 하죠? 결국에는 반감과 반작용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해요. 한류를 계기로 아시아 시장이 하나가 되고 문화 교류를 확장하고 발전시키자는 움직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류’만 외치며 국내에서도 인정 못 받은 콘텐츠를 무조건 비싼 값에 파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외출>이 공개되면 관객이 어떤 대목에서 의외라고 여길 것 같나요.

=정말, 모르겠어요. <스캔들…> 때는 첫 영화니까 개봉 기다리는 심정을 물으면 떨린다고는 했지만 사실 내가 한 작업의 정체가 분명하고 결과를 또렷이 예상할 수 있어서 긴장이 안 됐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응이 어떨지 무척 긴장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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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홍은경·정샘물 인스피레이션 메이크업 전미연 부원장 헤어 현진 실장·의상협찬 송지호 옴므, 타임옴므, 폴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