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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이징의 택시 운전사, <아이 러브 베이징>

<EBS> 8월27일(토) 밤 10시40분

닝잉 감독의 영화에서 중국은 화장기를 모두 지운다. 특별한 주제에 의지하지 않고 소시민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있는 그대로의 중국 현실을 포착하는 것이다. 전작 <즐거움을 위하여>에서 우리는 경극에 몰두하는 어느 노인들의 일상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측은하게 엿볼 수 있었다. <아이 러브 베이징>에선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의 중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 러브 베이징>은, 어느 택시 운전사의 눈을 통해 변화무쌍한 현대 중국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데지는 베이징의 택시 운전사다. 그는 자유로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택시 운전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수많은 여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으로 대했던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차츰 내면이 황폐해져가고, 카메라는 데지의 일상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심지어 데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엔 잠시 사귀었던 여자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닝잉 감독은 <아이 러브 베이징>에 대해 “이 영화는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며, 주인공 택시 운전사에 관한 드라마는 단지 서브 텍스트일 뿐”이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는 하나의 구실에 지나지 않으며 베이징이라는 공간 탐색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아이 러브 베이징>은 천안문을 비롯해 베이징의 풍경을 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자동차와 사람들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도심을 비롯해 유명한 관광 명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어둠이 깔린 야경 등 <아이 러브 베이징>은 베이징에 관한 한편의 풍경영화라 봐도 좋을 정도다. 영화 속 데지는 방황의 인물이다. 그는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 때문에 늘 공간적으로 이동을 거듭해야 하며 개인적인 관심 탓에 여러 여성들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그가 운전하는 택시 밖으로는 베이징의 번잡한 모습이 배경처럼 유려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여기서 비판적인 정치의식이나 메시지는 잠시 자취를 감춘다. 닝잉 감독에게 <즐거움을 위하여>와 <아이 러브 베이징> 등의 영화는 중국사회, 그리고 세대적 교체를 거듭하는 중국인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일 것이다. 중국 5세대와 6세대 감독 사이에 위치한 닝잉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즐거움을 위하여>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아이 러브 베이징> 역시 베를린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주로 연기를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 배우들을 출연시키곤 하며 도시의 풍경을 선호하는 닝잉 감독의 영화에서 중국영화의 도회적 리얼리즘은 호흡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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