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과 1995년의 한국 영화산업을 비교해보면 명백한 변화들이 많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멀리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변화 중 하나는 예전엔 바깥 세계와는 거의 연계가 없이 고립무원 형태의 산업을 이루었다면, 현재는 세계 영화계에 영향을 끼치고 기여하는, 세계화되고 상호연계된 제작산업의 허브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계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길을 텄고, 현재는 국제 세일즈, 로케이션 촬영, 정부정책, 상영 등의 관점에서 한국은 더이상 고립된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더 큰 세계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영역에서 ‘우리’와 ‘그들’이라는 낡은 구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은 언어에 대한 통념 때문에 유지되는 것 같다. 즉, 지역언론은 한국어로 글을 쓰며, 국제언론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칵테일 파티에서 두명의 한국인과 한명의 외국인이 함께 서 있다고 해보자. 모두가 다같이 영어로 얘기할 수도 있고, 또는 두 한국인이 한국어로 말하고 외국인은 무엇을 말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는 방식에 대해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화되고 네티즌화된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칸에서 한국영화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아침에 일어나 ‘daum.net’ 기사에서 주요한 한국영화 중 한편이 미국 배급사에 팔렸다는 뉴스를 봤다. 편집자에게 소식을 말했더니, 그는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국제 뉴스거리 중 하나가 될 것 같으니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칸 마켓에 가서 물어봤을 때 한국 배급사에서는 계약서상 논의되어야 할 세부사항들이 좀더 있다고 말하면서 아직 그 정보를 발표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아니, 벌써 온라인상에서 그 기사를 봤는데요”라고 했더니, 그들은 “아, 그건 한국 언론용이지 국제언론용이 아니에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내에 영어로 <코리아 타임스>와 <코리아 헤럴드>에 기사가 났고, 같은 주중에 ‘아리랑TV’에서도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본인의 한국영화 관련 웹사이트에도 한 한국계 미국인 독자가 (한국어로 된) 뉴스를 보고 게시판에 (영어로) 모든 세부사항들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해당 배급사는 미국 배급사와의 관계가 틀어질지도 모른다며 본인에게 <스크린 인터내셔널>에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인정하지만 한국 영화사들은 한국 언론의 범상치 않은 ‘열성’ 때문에 큰 부담감을 가지며 일한다. 한 친구는 한국 기자들이 늑대처럼 무리를 지어 칸을 배회한다고 묘사했다. 한번 피(뉴스) 냄새를 맡았다 하면, 모든 자세한 사항을 알아낼 때까지 잔인무도하게 덤벼든다는 것이다. 영화사 직원들이 늑대의 맹습에 저항하느니, 국제 언론에는 그 정보가 들어가지 않아 사업파트너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늑대들에게 한 조각의 고기(예를 들면 일본에 판매된 실제가격 등) 정도를 던져주는 일이 용납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외국 기자로서는 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이다. 본인이 지켜야 할 신의는 글을 싣는 잡지에 있지, 관련된 기사에 나오는 영화사들에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지역언론 기사를 못 본 척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렇지만 그런 부탁은 요즘 경쟁하는 기자들이- 그것도 한국어 능력이 되는 이들도 많은 가운데- 점점 더 많이들 한국영화에 대해 외국어로 기사를 쓰는 마당에 더이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한국 회사들은 더이상 정보가 한국 독자들에게만 ‘따로’ 나갈 수 있다는 식의 가장을 그만두고 한국이 이제 국제 영화계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If you compare the Korean film industry of 2005 to that of 1995, you see many obvious changes. One of the most far-reaching is the way in which Korea has gone from being a largely isolated industry which made little contact with the outside world, to becoming a globalized, interconnected production hub that contributes to and influences the world film community. The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led the way, but now from the standpoint of international sales, location shooting, government policy, exhibition and more, Korea is no longer isolated but an important part of the larger world.
Despite this, many people in Korea often assume that in the press, the old distinctions of us-vs.-them still hold true. This perception seems to be maintained due to notions about language: local press is written in Korean, while the international press is written in English, Japanese, Chinese, etc. Imagine two Koreans and a foreigner standing together at a cocktail party. Everybody can talk together in English, or alternatively, the two Koreans can talk to each other in Korean and the foreigner will have no idea what is being said. Many people hold similar notions about how information about Korean films can be disseminated.
Yet today's globalized, netizened world is not so simple. I remember reporting on Korean cinema one year at Cannes, and waking up to read on daum.net that a major Korean film had been sold to a US distributor. I told my editor about it, who said it sounded like one of the biggest international news stories of the festival, and he asked me to go get more details. However after walking over to the Cannes Market, the Korean distributor told me that there were still some details to be worked out
In the contract, and that they were not releasing the information yet. "But I've already read about it online," I said, and their reply was, "Oh, that's for the Korean press, not the international press."
Despite this, within hours news stories had appeared in English in The Korea Times and The Korea Herald, and later that week it would be discussed on Arirang TV. Sure enough, on my own Korean film website, a Korean American reader read the news (in Korean) and posted all the details (in English) on my discussion board. Yet at the same time, the company pleaded with me not to write about it in Screen International, as it would upset their relationship with the US distributor.
Admittedly, film companies are placed under great pressure due to the unusual "enthusiasm" of the Korean press. A friend described to me how Korean journalists roam through Cannes like packs of wolves, and that when they sniff out blood (news), they attack relentlessly until they come away with all the details. Employees at film companies might be forgiven for tossing the wolves a piece of meat (the actual price for a sale to Japan, for example) and hoping that it doesn't reach the international press and embarrass their business partner, rather than trying to withstand the assault.
Yet as a foreign journalist this places me in an extremely awkward situation. My first loyalty is to the magazine I write for, not the film companies I write about, and yet I'm often asked to pretend not to have seen local press reports. But as more and more competing journalists many with proficiency in Korean start to write about Korean cinema in foreign languages, this is no longer a viable option. Korean companies need to stop pretending that information can be provided to Korean readers "separately," and acknowledge that Korea is now part of the international film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