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극장 로비에 들어선다. 팝콘과 음료수와 주차 서비스는 무료. 새우 칵테일과 초밥, 최고급 포도주가 준비된 라운지에서 상영시간을 기다린다. 상영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포도주 잔을 들고 극장 발코니로 향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최고급 호텔에서 열린 시사회 풍경이 아니다. 지난 8월17일치 <뉴욕타임스>는 미국 극장들이 성인 관객을 위해 영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를 가장 잘 짚어볼 수 있는 것은 극장의 알코올음료 제공여부. 1997년에는 단지 14개 극장만이 관객에게 알코올음료를 허락했으나 올해부터는 270개의 극장에서 바와 라운지를 설치해 알코올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몇몇 극장들은 단순히 알코올음료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간단한 식사거리가 제공되는 레스토랑, 독서실, 영화감상 뒤 저녁식사와 택시 예약 서비스까지 운영하는 중이다.
미국 극장들이 이같은 변신을 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홈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경쟁 때문이다. 극장주들은 안방극장을 선호하는 성인 관객을 좀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만 나날이 발전하는 DVD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인 한 극장주는 “성인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극장만이 최후의 생존자로 남을 것”이라며 바와 라운지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미국 극장주협회장 존 피시안 역시 “팝콘과 콜라는 극장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일 뿐이다. 성인 관객은 그들의 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극장에 온다”며 극장들이 새로운 변화에 눈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변화가 나날이 젊은 층만을 공략하고 있는 할리우드에도 새로운 물결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뉴욕타임스>의 대답은 “아마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