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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프로파일러들이 겪는 연쇄살인사건, <마인드 헌터>

<살인의 추억>에서 김상경은 입버릇처럼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감’ 즉, 직관으로 사건에 다가서려는 송강호와 대조되는 수사 태도를 가진 김상경은 정보수집과 분석을 통한 과학수사의 신봉자였다. 이처럼 연쇄살인범들을 조사할 때 그들이 범죄 현장에 남긴 정보들을 담은 온갖 서류와 범죄 심리 이론을 통해서 살인범을 역추적해나가는 이들을 프로파일러라고 한다. 제목인 프로파일러를 칭하는 속어인 ‘마인드 헌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프로파일러가 되고자 하는 FBI아카데미의 교육생들이 겪게 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8명의 교육생들은 실전과 유사한 경험을 쌓기 위한 시뮬레이션 실습을 위해 외딴섬에 격리된다. 그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있는 시뮬레이션을 기대하지만, 닥쳐오는 것은 실제의 연쇄살인이며, 희생자는 다름 아닌 바로 그들 자신이다. 외부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들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제한된 시간 안에 살인자가 던져놓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들 중 누군가 동료임이 확인되는 순간은 그가 시체로 변했을 때뿐이다. 어떤 동료도 신뢰할 수도 없지만 살인자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야기는 분명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그 긴박감이 지나고 난 자리는 언제나 약간의 허전함이 남는다.

프로파일러들이 하나도 아니고 떼로 등장하는 영화라면 관객은 분명 두뇌싸움을 준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열과 성을 다해 살인을 준비한 연쇄살인범에 비해 마인드 헌터들은 너무나 허술하다. 그들은 나름대로 프로파일러로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려 하지만, 그들이 프로파일링하는 것은 범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 자기 자신이 너무 많이 녹아들어 있어서, 대상을 꿰뚫기보다는 자신을 폭로하기 일쑤인 견습생들의 모습은 관객이 기대하는 프로파일러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는 블록버스터 흥행물 제조기였던 레니 할린이 무명배우들과 함께 저예산영화로 돌아온 것은 반가웠지만, 엄청난 물량공세가 빠져나간 스크린을 무엇으로 채워넣어야 할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봤어야 했을 듯싶다. 영화 속의 프로파일러들은 연쇄살인범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고, 감독은 관객의 기대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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