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66!” 2002 월드컵 한국팀의 이탈리아전 당시 붉은 악마들이 연출했던 카드섹션 응원은 알다시피 1966년 제8회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 대 0으로 이겼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그 승리는 단지 ‘한민족의 쾌거’만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그로부터 36년 뒤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은 그 확실한 증거다. 어렸을 적부터 약소국인 북한이 어떻게 이탈리아를 이겼는지 궁금했다는 대니얼 고든 감독은 이 축구사의 신화와 그 뒤편에 자리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붙잡아낸다.
<천리마 축구단>은 단순하지만은 않은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가 우선 조명하는 것은 이탈리아전에서 환상적인 결승골을 날렸던 박두익을 비롯해 당시 북한 최고의 스트라이커 박승진, 골키퍼 리창명 등의 현재 모습과 그들의 추억담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어떻게 훈련을 진행했으며, 월드컵에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 등 그들의 이야기는 당시 북한팀에서 촬영했던 진귀한 기록필름에 얹혀져 생동감을 더한다. “위대한 장군님이 한두팀이라도 꼭 이기고 돌아오라는 교시를 내렸다”는 등 우리가 익히 들어온 그들의 화법은 식상하기 짝이 없지만, 그 화법 이면에 숨겨진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까지 놓치게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북한팀과 영국의 공업도시 미들즈브러 주민과의 뜨거운 우정이다. 북한팀은 미들즈브러에 상주하면서 소련, 칠레, 이탈리아와 예선전을 치렀는데, 이곳 주민들은 경기마다 북한팀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북한팀 버스가 지나갈 때 어린이와 주민들이 환호하거나, 8강 포르투갈전이 벌어진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까지 주민들이 원정응원간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미들즈브러는 낙후된 곳이었기 때문에 극심한 후진국으로 보였던 북한에 감정적으로 동화됐다”는 고든 감독의 이야기도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천리마 축구단>에선 고든 감독의 은밀한 욕망 또한 엿볼 수 있다. 화면 전환 때마다 생기있는 음악과 함께 보여지는 북한사회 일상 풍경의 몽타주는 그의 관심이 <어떤 나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두편을 모두 보려 한다면 <천리마 축구단>부터 보라고 권하고픈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