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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이성구 감독의 불안심리 연출법, <일월>
이승훈( PD) 2005-08-18

<EBS> 8월21일(일) 밤 11시45분

제1회 남도영화제 남우주연상 제2회 백마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아무도 없는 눈덮인 스키장의 슬로프를 질주해 내려오는 한쌍의 남녀. 그들은 눈밭에 누워 진한 키스를 나눈다. 마치 프랑스영화 같은 타이틀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일월>은 <장군의 수염>으로 한국의 누벨바그 감독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이성구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답게 타이틀부터 상당히 모던한 느낌을 준다. <일월>은 황순원이 1962년 <현대문학>에 3부로 나누어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원작소설은 1966년 3·1문화상을 수상했다. 탄탄한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이성구 감독의 연출력이 보태져 감각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건축학도인 주인공 인철(신성일)은 자수성가하여 성공한 토건회사 사장의 아들이다. 어느 날 그는 스키장에서 은행장 딸 나미(남정임)를 만난다. 그에게는 어릴 적부터 집안끼리 알고 지내는 다혜(문희)도 있다. 아주 활달하고 개방적인 모던 걸 나미와 다소곳하며 참한 스타일의 다혜. 그러나 영화의 주제는 이들의 삼각관계가 아니다.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인간 심성의 내부에 깔린 비극적 요소를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성구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다. 도축장의 소 잡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백정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친척이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 주인공 인철의 불안하고 암담한 심정을 불안한 카메라워크와 빠른 편집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외에도 바닷가에서 주인공 혼자 거닐다 앉아 있는 장면에서의 짧은 점프 컷들의 연속편집 역시 인철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는 좋은 장면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장면전환을 페이드로 처리한 것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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