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도인 그와 모 은행장의 딸은 서로가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그의 가문이 백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식어버린다. 그가 조상들을 저주하며 실의에 찬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백정으로서의 슬픔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대 토건회사를 일으키기까지의 피나는 역정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야 그는 백정의 후손이라고 기피하던 그녀를 미련 없이 단념하고 새 희망을 갖는다.
more
- 제작 노트
-
제1회 남도영화제 남우주연상 제2회 백마상 작품상, 남우주연상more
주제
황순원의 동명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현대 사회에서까지 만연한 계급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부조리를 인철의 방황을 통해 그려낸 작품으로, 인철의 심리선을 따라 영화가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백정이라는 직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의 억압을 받는다. 하나는 봉건적 잔재로 인한 신분차별로 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근대적 가치가 부상하면서 타파해야할 전근대적인 직업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세련되고 도회적인 건축학을 공부하는 인철이 백정이란 직업에 자신을 연루시키면서 얻는 방황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닌, 산업근대화의 속도에 중독된 당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감상포인트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공간으로서의 ‘공장’과 원초적 살육의 현장인 ‘도살장’이 대조되는 방식이 흥미롭다. 또한 세련된 도시인인 인철 역의 신성일과 전통을 고수하며 고집스런 면모를 보이는 그의 사촌 역 박노식의 대비는 이 영화에 미묘한 지역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70년대 트로이카 중의 두 사람인 문희와 남정임이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선보이면서 신성일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방식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