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페이톤(린제이 로한)의 꿈은 레이서다. 그러나 아버지(마이클 키튼)는 레이서가 되겠다는 딸의 소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학 졸업 기념으로 ‘허비’란 이름의 고장 직전인 폴크스바겐 비틀을 아빠에게 선물받은 매기는 곧 허비가 생각과 감정을 가진 차임을 알아차린다. 허비는 매기를 미국 최고의 카레이싱 경기장으로 이끌고, 매기는 실력 좋은 카레이서 트립 머피(맷 딜런)와 우연히 대결을 벌였다가 이기고 만다. 이를 계기로 매기는 자동차 정비소를 하는 친구 케빈(저스틴 롱)과 함께 아빠 몰래 카레이스에 출전할 계획을 세운다.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관객에게 허비란 이름은 낯설지 않다. 허비는 1968년 <러브 버그>라는 영화에서 이미 주연이 된 바 있는데, 딘 존스와 마이클 리가 출연한 이 영화는 <허비: 첫 시동을 걸다>와 마찬가지로 카레이서와 살아 있는 자동차의 만남을 레이싱에서의 승리로 마무리짓는 훈훈한 가족영화다. 이후 폴크스바겐사의 비틀은 자동차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게 됐고 영화는 2편과 3편으로 이어졌다. <허비: 첫 시동을 걸다>는 그로부터 약 30년 뒤에 나타난 속편 격이다.
드라마에서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레이서의 꿈을 이루고 싶은 딸과 딸의 레이싱을 (행여나 딸이 죽을까봐) 반대하는 아버지의 대립은 짐작하기 쉬운 갈등 요소다. 친구와 오빠 등 주변인의 도움으로 몰래 레이싱에 출전했다 아버지에게 들키고, 결국 실력으로 아버지에게도 인정받는 결과까지도 누군가에게 누설한다 해서 ‘그런 엄청난 스포일러를!’ 하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겨냥한 발랄한 영화로서 <허비…>의 개성이라면 사람과 무생물간의 교감을 다루는 깜찍함과 카레이싱이라는 속도감나는 액션 시퀀스를 자랑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상상력과 섬세한 연출만 받쳐준다면 훨씬 흥미로웠을 영화 <허비…>는 결과적으로 다소 심심하다. 허비는 화가 나면 문을 확 열고, 관찰하려면 헤드라이트를 또로록 움직이고, 기분 좋으면 범퍼를 살짝 휘게 하고, 절망하면 차체를 푹 꺼뜨리며 대체로 평이한 방식을 따라 감정을 표현한다. 총 3번 등장하는 카레이싱 장면의 긴박감도 크지 않다. 미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스타 린제이 로한의 얼굴을 정면에서 잘 비춰줘야 할 임무가 이 영화에 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런 악역으로 자리를 고정시킨 듯한 맷 딜런과 금발로 염색하고 평범한 조연으로 등장하는 마이클 키튼을 보는 것도, 재미보다는 야릇한 씁쓸함을 남긴다. 영화 <허비…>는 현재 속편 제작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