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부모를 모델로, 사츠키와 메이의 부모를 그렸다고 말한다. 아빠인 쿠사카베 타츠오는 집안살림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두딸을 자유롭게 키우는 온화한 아버지상이다. 세상살이에는 서툰 순수한 사람. 병원에 입원한 탓에 말미에만 잠깐 등장하는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부드럽고 따스하게 아이들을 감싸는 타입이다. 칸타의 할머니를 비롯해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는 강압적이고, 귄위적인 ‘어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메이를 돌보면서 어머니 역까지 해야 하는 사츠키는 씩씩하고 활달한 소녀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늘 등장하는 ‘소녀’의 전형. 이제 막 세상과 사물의 법칙을 배워가는 메이는 저돌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지만, 그만큼 겁도 많다. 토토로가 처음 마음을 열어주는 순수함을 가진 아이.
사츠키를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 칸타는 전형적인 시골 소년이다. 워낙 순진해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비오는 날 우산을 사츠키에게 내밀고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해 한다. 여자주인공을 도와주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의 다른 남자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보통’ 남자아이.
몽글몽글한 토토로의 나이는 천년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래된 나무 안에서 살고 있고,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한다. 사츠키가 우산을 빌려주자 대가로 도토리를 주는 등 주고받음의 미덕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숲의 요정. 하늘을 날아다니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식물의 싹과 꽃을 틔우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꼬마 토토로는 토토로의 축소판이다. 자기도 날 수는 있지만, 먼 거리를 가야 할 때 토토로가 애용하는 탈 것, 혹은 애완동물. 발이 여러 개 달려 있어 속도도 아주 빠르고, 유연하고 털이 매끄러운 고양이답게 승차감도 아주 좋다. 사츠키를 도와 메이를 찾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우정출연한 검댕 먼지는 사츠키 가족이 이사오기 전, 시골집을 무단점거하고 있던 먼지 요정이다. 빛을 싫어하고,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벽이나 문틈으로 스며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