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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시아계 스타, 이제 시작이다

아시안 네트워크 속에 만들어진 영화 <체면 살리기>가 보여준 가능성

LA에서 영화인들 중에는 의외로 아시아인들이 많다. 각 스튜디오에 이사들, 에이전트, 작가, 변호사 등등 국적이나 부모, 혹은 조부모의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비슷한 생김새 덕에 반가운 얼굴들이 종종 보인다. 이런 사람들끼리 뭉친 CAPE(Coalition of Asian-Pacifics in Entertainment)라는 기관이 있다. 리안, 오우삼 외 각 스튜디오,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회원으로 뭉쳐진 비영리 기관으로, 올해 창립 14년을 맞았다. LA, 뉴욕 두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각종 시사회,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신인 작가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CAPE 회원들 사이에 종종 거론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난 동양인 스타의 부재다. 무술, 이국적인 섹시함(서양인에게), 공부벌레 혹은 의사의 이미지를 벗어난 주연급 스타는 왜 없을까? 히스패닉계도 제니퍼 로페즈와 리키 마틴을 앞세워 나름의 위상을 높였고, 2년 연속 흑인이 남우주연상을 받는 미국에도, 이제 곧 동양인 스타가 나올 차례가 아닐까?

CAPE 주최 신인 작가상 2001년 수상작인 앨리스 위의 <체면 살리기>(Saving Face)라는 영화가 지난 달 소니클래식 배급으로 한정 개봉됐다. CAPE 회원인 테드 지가 배우 윌 스미스와 함께 설립한 프로덕션(Overbrook)에서 제작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주인공은 자신이 레즈비언인 사실을 홀어머니가 눈치챌까 조마조마하며 살고 있다. 어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맞선까지 보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상황은 돌변한다. 이웃의 손가락질을 받기 전에 엄마를 짝지어주어야 하는 것. 결국 체면을 세우기 위해 또 하나의 거짓을 함께 만들어가던 모녀는 이제껏 서로에게 보여온 모습 또한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로,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실체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코미디다. 비록 개봉 성적은 1백만불을 조금 넘겼을 뿐이며, 미국 대중이 즐길 만한 소재는 아니지만, 아시아인의 네트워크 속에서 태어난 할리우드 영화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은 흥미롭다. 서로 돕기로 작정하고 모인 아시안 모임 CAPE에서, 조만간 진정한 아시아계 스타를 키워 낼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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