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이끄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단편 <탱고>에는 ‘소냐’라는 이름으로 낮과 밤을 달리 사는 여성이 등장한다. ‘산드라’ 아니 ‘소냐’는 탱고를 추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성들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을 기꺼이 호흡한다. 분명 춤은 그녀에게 새로운 육체를 가져다주었고, 무대 위에서의 은밀한 교환은 그녀를 누구보다 당당하게 만든다. ‘댄스’ 영화가 스토리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끊이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에는 위와 비슷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댄스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춤을 통해 변신한다. 엇비슷한 공식이지만 변신의 과정 속에는 파트너로 등장하는 남성과의 갈등과 화해가 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이 묘한 공식이 춤이라는 해방구를 통해 재현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다.
<살사>에서도 이러한 전개는 마찬가지다.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적절한 우연(알고보니 츄초가 나탈리의 할아버지였다는)과 반전(프랑스인이인 레미의 정체를 알고 떠나는 나탈리)을 겪는 파트너 관계는 그다지 빛날 것은 없다. 하지만 댄스 영화가 스토리로 우리를 울린 적이 있었던가. 무엇보다도 유혹적인 살사 댄스가 뿜어내는 열기와 라틴 밴드의 음악이 우리의 뇌를 가볍게 만들고, 쾌락을 가져다준다.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인 크리스티앙 구뜨의 등장은 매력적이다. 멕시코계인 그녀의 춤은 라틴 특유의 몸놀림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댄스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이라면 ‘음식의 양념 소스’라는 뜻의 ‘살사’가 새로운 청량제와 같은 느낌으로 사로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유니버셜사를 비롯하여 다국적 자본으로 만든 이 영화는 지나해 10월 밀라노 견본시장에서 최초로 공개되었고, 2000년을 맞이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