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라는 책제목과 사용설명서라는 시리즈 제목을 연결시켜 ‘실전 테크닉 안내서’로 추정하기 쉽지만(물론 독자가 사용하기 나름), ‘성적인 행동에 관한 사실과 일화, 과거와 현재로 이루어진 거대하나 희뿌연 연못에 살짝 한번 몸 담그는 유쾌한 지적 경험’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전해준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밑줄 그으며 읽을 필요도 없으며 심각하게 읽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어떤 내용이기에?
러시아 신비주의자 라스푸틴은 이것의 길이가 31cm였고, 영화배우 에럴 플린은 파티장에서 이것으로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작가 헤밍웨이는 이것이 새끼손가락만 했고, 헤밍웨이 못지않게 이것이 작았던 작가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와 함께 이것의 크기를 재본 적도 있으며,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것이 아무리 길다한들 무슨 소용이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건 아닌데, 예컨대 흰긴수염고래의 이것은 3m에 달한다. ‘이것’이 뭔지는 굳이….
세계 최초로 이른바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 여성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최후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라고 한다.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던 그 옛날에 도대체 어떻게? 자동식이 아닌 수동식이었을까? 클레오파트라는 살아 있는 동력원을 사용했으니, ‘작고 속이 빈 기구 안에 웅웅거리는 벌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 무더운 요즘 날씨에 ‘도랑 치고 가재 잡고’에 해당할 수도 있는 생활의 지혜(?) 하나. 찬물 샤워는 남녀 모두의 성호르몬 분비를 증진시킨다.
도대체 저자가 어디에서 수집했는지 궁금해지는 일화도 많다. 19세기 사르데냐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1세는 공식 석상에서 한 시녀가 자기 앞에서 넘어지자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오. 당신네 숙녀들께서 속바지를 입지 않는 것을 보니, 천국의 문이 항상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니 말이오.” 20세기 전에는 여성이 팬티를 입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 최음제, 거세, 처녀성, 성전환자, 게이, 레즈비언, 피임, 변태, 포르노그라피, 자위, 성과 종교, 성매매, 성병, 섹스 관련 법규, 성적 매력, 성기, 종교와 성, 영어 음란어 등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면서 더위를 잊기 좋은 책, 그리고 방송에서는 소개하기 힘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