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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삶을 지키는 숭고한 영웅들, <펭귄: 위대한 모험>
오정연 2005-08-02

귀엽고 친근한 외모,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의 캐릭터, 펭귄은 잊어라. 그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지키는 숭고한 영웅이다.

그곳에는 시속 200km를 훌쩍 넘기는 폭풍설과 영하 100도를 밑도는 추위, 몇 개월씩 걸어 바닷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굶주림뿐이다. 그곳에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천형으로 느껴지는 장소, 남극의 오모크. 그런데 이 저주받은 땅을 새 생명을 창조하는 비밀스런 장소로 택한 이들이 바로 황제펭귄이다. 1년 내내 굳은 땅이 존재하고, 가혹한 날씨 덕에 천적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을 선택한 결과 이들이 치르는 대가는 가혹하다. 짝을 만나기 위해, 번갈아 새끼를 돌보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몇번씩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야 하고, 남은 가족들은 기나긴 허기와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귀한 생명이 태어나는 만큼 많은 목숨이 희생될 것이다.

부모의 극진한 희생만큼 강렬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짝짓기와 산란, 포란과 양육, 귀환까지 이어지는 단순한 줄거리를 그 어떤 픽션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눈물겨운 가족애와 이를 방해하는 혹독한 환경이다. 알이 얼음땅에 떨어질세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펭귄 부부의 몸짓, 연약한 새끼를 위협하는 날선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부모의 굳건한 모습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이 땅의 모든 어린 생명처럼, 가진 것은 보드라운 솜털과 서툰 몸짓이 전부인 펭귄 새끼의 천진난만함은 귀여움을 넘어 아련하게 느껴진다. 펭귄 가족 일원의 시점에서 바라본 듯 생생하고 친밀하게 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제작진은 펭귄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내레이션(이금희)을 삽입한다. 여기에 성우들이 연기하는 엄마(송도순), 아빠(배한성), 아기 펭귄(박지빈)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이제 <펭귄: 위대한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가족영화가 된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얼음 나라에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에밀리 시몽의 사운드트랙 역시 극영화의 그것에 가깝다.

프랑스에서 개봉 당시 200만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고, 미국 개봉시 여름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으며, 일본에서도 큰 규모로 개봉되는 등 황제펭귄 일가의 뒤뚱거리는 여정이 그려내는 파문은 만만찮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한 매튜 페리(<프렌즈>의 챈들러)가, 요즘 인상 깊게 본 영화로 <펭귄…>을 들었을 정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와 도달해야 할 시각, 그곳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채 생존에 열중하는 이 기특한 생명체의 분투를 떠올릴 때 이러한 관객의 반응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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