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은 일단 성공적이다. 지난 7월26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매니지먼트협회 준비위원회(이하 매협)는 영화산업의 합리화을 위한 공동결의문을 발표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이로써 6월 말 공동제작 크레딧, 수익 지분, 스타 개런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제작사와 매니지먼트 업계의 대치 국면은 일단락되었다. 제협과 매협이 발표한 공동결의문에는 다섯 가지 제안이 담겨 있다. ‘제협은 표준 제작규약과 전문 인력풀제를 확보하고, 매협은 캐스팅을 조건으로 한 공동제작의 크레딧이나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세 가지는 공동의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기획영화·예술영화 발전을 통한 다양화, 극장부율·부가판권시장·불법복제 등에 대한 공동 대처, 관객을 위한 소규모영화제와 캠페인의 공동기획 및 스타 배우들의 봉사활동 지원’이 그 골자이다.
앞으로 제협과 매협은 연말까지 1∼2주에 한번, 정례화된 회동을 통해 결의된 사항들을 실천할 계획이다. 매협 김정수 부회장(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 대표)은 “표준제작규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향후 캐스팅만으로 공동제작 크레딧이나 지분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는 업계 내부에서도 적극 동의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제협 이준동 이사(나우필름 대표)는 화두로 부상한 표준제작규약에 대해 “영진위와 공동작업을 통해 지난 6년 동안 만들어진 한국영화들의 제작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를 토대로 배우, 매니지먼트, 제작사, 스탭 등 각 제작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의문 발표에 대해 “범주를 넓혀 범영화인의 관점으로 보면, 양쪽의 현실적이고 사소한 이익의 충돌보다는 영화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그런 공감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저예산 예술영화를 제작하거나 출연하는 문제에 대한 양쪽의 합의도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배우층이 얇은 탓에 일부 스타에만 작품이 편중되고 있는데, 다양한 영화를 통해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매협쪽은 의견을 밝혔고, “배우들이 저예산 예술영화의 제작예산에 걸맞은 개런티로 출연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제협쪽은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