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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가 되어라, 그 안에 꿈이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다혜 2005-07-22

영감을 불러오는 건전지나 아이디어들을 보관해두는 냉장고가 있다면? 너무나 완벽해서 더이상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글이 있다면 어떨까? 책과 문학에 관한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라면 책에 대해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일흔일곱살의 오동통한 작가지망생 공룡 미텐메츠는 문학적 대부인 단첼로트가 유언으로 남긴 어느 원고를 읽게 된다. 단첼로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너무나 완벽에 가까워서 그 자신의 절필의 원인이 된 작품이다. 미텐메츠는 그 작품을 읽고 감명받아, 부흐하임으로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작가를 찾아나선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만 5천개가 넘는 부흐하임에서 미텐메츠는 책에 둘러싸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먹물 포도주를 마실까 삼류소설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영감이라는 바닐라 밀크 커피를 선택해 마시고, 영감에는 시인의 유혹이라는 단 과자를 같이 먹으며 책을 읽는다. 어느 날 미텐메츠는 수수께끼의 원고를 들고 찾아간 고서적 유통업자 스마이크가 건넨 사람을 독살하는 책에 취해 지하묘지로 쫓겨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는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는 음악, 연금술에 의해 호문쿨로스가 된 작가, 지하 묘지의 책들을 약탈해 지상 세계에 팔아먹는 책 사냥꾼, 문학으로 이루어진 그림자의 성, 책 연금술사들의 실험 대상이었던 살아 있는 책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절대 문학을 생성하는, 온몸을 뒤흔드는 영감인 오름이 주는 문학적 힘에 대한 대목을 읽자면, 꿈꾸는 책들이 잠자고 있는 지하 묘지로 생명을 건 모험을 떠나는 게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 작가 발터 뫼르소가 직접 그린 삽화는 독자의 손을 잡고 지하 묘지로 친절하게 이끈다.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복수의 호흡이 빨라지는 후반부에서 오름에 취해 정신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것, 그리고 책을 무심코 펼쳐놓고 잠들지 말 것. 어쩌면 당신이 눈을 떴을 때는 그 책의 등장인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