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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관] 철들지 않아도 좋을 모녀, <길모어 걸스>
김도훈 2005-07-21

이 무슨 당황스런 미혼모 시추에이션? 32살 엄마와 16살 딸이 있다. 로렐라이는 (지금 딸의 나이와 같은) 16살에 임신을 하고는 혼자서 딸인 로리를 키워왔다. 당연히 전형적인 모녀관계는 여기에 없다. 두 사람은 쇼핑도 같이 가고 같은 남자를 좋아하기도 하며 철없는 친구처럼 아옹다옹 살아간다. <길모어 걸스>가 특이한 길모어 모녀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코네티컷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같은 삶이 있다.

처음 <길모어 걸스>를 본다면 뭐 이렇게 수다스러운 드라마가 다 있나 싶기도 할 것이다. 주인공들은 기관총을 쏘듯이 대사를 내뱉곤 하는데, 여기에는 대중문화에 대한 인용들도 다반사라 제대로 된 번역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로리의 대사. “Do not give me that whole ‘I’m so misunderstood, Kurt Cobainy’ thing”(제발 커트 코베인 식으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징징거리지 좀 마). 속사포 같은 대사를 쏟아내는 길모어 모녀의 캐스팅은 거의 완벽해 보인다. 로렐라이 역을 맡은 로렌 그레이엄은 좀처럼 철들지 않는 젊은 엄마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 골든글로브 최우수 여자연기자 부문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로리 역의 알렉시스 블레델은 지금 미국의 가장 뜨거운 젊은 스타 중 한명. 최근 <씬 시티>에서 매춘부들의 도시를 배신하고 죽임을 당하는 벡키 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2000년부터 미국 방영을 시작해 이제 4시즌에 돌입한 <길모어 걸스>. 초기 시즌과는 달리 4시즌의 길모어 모녀는 여러 가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로리는 드디어 예일대에 들어갔고, 이제 로렐라이와는 다른 삶으로 한 걸음을 옮겼다. 이제 길모어 모녀 앞에는 어떤 가시덤불이 펼쳐져 있을까. 딸이 커가면서 엄마도 자라고, 엄마가 자라면서 딸은 어른이 되어간다. <길모어 걸스>는 세상의 철없는 엄마와 딸들을 위한 따뜻한 일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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